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싸이코 패스라고 한다. 싸이코 패스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 인간적인 사고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인간이 누구인가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운데(하느님의 모상) 이렇게 쉽게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벌써 강씨는 7명을 죽였다고 한다. 아마도 더 많은 죽음이 밝혀질 지도 모른다. 강씨가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자신의 아이들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생명이 그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강씨에게는 그에게 살해당했던 그녀들의 삶의 무게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의 삶의 무게만큼 크게 느껴지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사이코 패스라 불린다. 누군가는 자기 충동 조절 장애라고 한다. 그는 사이코 패스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자기 충동 조절장애라는 보다 인간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계속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현재 교구 교정사목전담 신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슬프게도 강씨의 모습은 기득권의 김석기의 모습과는 같지만 한편 다르다. 경찰총장으로 임명받은 김씨. 김씨는 용산참사에서 죽은 어떤 경찰관의 죽음에 대해 무척이나 가슴 아파 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6명이나 되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형제였고,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삶을 파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은 찾아 볼 수 없다.
강씨와 김씨는 다른가 묻고 싶다. 유전무죄와 무전유죄를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되는 것인가? 누군가 불에 타 죽는 거와 누군가의 삶이 파괴된다는 것의 무게가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모두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이의 삶의 무게는 무겁고, 어떤 이의 삶의 무게는 가벼운 것인가?
현실로 돌아와 보자. 누구는 사이코 패스이고, 누구는 여전히 경찰총장이다. 누구는 죄인으로 아직 판결 받지 않았음에도 사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는 단순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다. 강호순이 파괴한 7명의 삶과 김석기가 파괴한 6명의 삶은 다른 것인가? 살인을 계획하는 것과 살인을 유도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살인자이다. 그러나 누구는 후회하지만 누구는 사과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사이코 패스라는 이름이 그러하듯이 법과 질서라는 이름도 살인을 정당화 할 수 없다. 그들에 의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파괴되었다. 일부는 막을 수 없었지만, 일부는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는 죄인이고 누구는 경찰총장이다. 우매한 대중은 언론의 시각에 그대로 몰입되어 가고 있고, 또 다른 유형의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가 대중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침묵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죄인이다. 잊지 말자. 우리들은 살인자는 아니지만 공범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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