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내 유일한 ‘청소년을 위한 성지’인 어농성지 지킴이 ‘뽁이 신부님’ 이건복(바오로) 신부를 만났다. 200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교구 청소년국에 재직했던 이건복 신부는 당시 젊은이 기도 모임, 청년성서모임, 청년도보순례 등 청년 단체들을 활성화시키고 신앙교육, 전례연구, 청년 레크리에이션 연구팀을 조직하는 등 활발한 청년 사목을 펼친 바 있다. 어농성지 역시 그가 부임한 이후 청소년들을 위한 성지로 거듭났다. 그의 끊임없는 청년 사랑, 그리고 바오로 사도의 후예이자 사제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청년들만큼 순수한 존재도 없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남는데, 청년들을 유독 사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 청년들은 ‘아직도 도움을 더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결혼과 자녀출산과 같은 커다란 인생의 경험들을 앞두고 있지만,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바람직하지 못한 가치관과 교육 환경 등으로 인해 청년들은 신앙적으로나 인성적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성세대들이 이런 청년들을 완전한 성인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겁니다. 또 청년들이 사회나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도, 시간적 여유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열정,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하도록 사회와 교회는 기다려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이어진다면 한국 교회의 미래가 밝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청년들은 아직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 취업난과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 한국 사회 청년들에게 ‘신앙’은 무엇보다 절실해져야 하지만, 오히려 세상살이에 급급하다며 멀어지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 2002 월드컵이 열리던 때 서울광장에 모여 응원하던 젊은이들에게서 청년사목의 틀을 발견했습니다. 길거리 응원을 통해 그들은 함께하는 공동체의 힘을 느꼈고, 예상치 못했던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통해 성취감과 희망을 얻었습니다. 당시 청년들이 자신이 스스로 일구어 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얻었던 것처럼, 이들의 신앙에도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과 여건을 만들어 주어, 신앙의 성취감과 의미 있는 신앙의 추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예수님과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신앙생활이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청년들 스스로가 봉사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스스로 진행하고 있는 교구 차원의 청년 프로그램들(선택, 비다누에바, 청년성서모임 등)도 좋고, 어농성지에서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계속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바오로 사도의 삶과 혹은 서간에서 드러나는 그의 인성 등에 비추어 신부님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저로서는 어느 부분 하나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것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몇 번을 더 살아도 아직 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안으로 삼는 것은 하나 있어요. 바오로 사도나 저나 ‘늦깎이’로 출발하였다는 점입니다. 바오로가 뒤늦게 사도가 된 것처럼, 저 역시 사제로서의 삶을 다른 신부님들보다는 늦게 시작했거든요. 물론 하느님께서는 준비되지 않은 저를 부르시지 않으셨을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사제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딱 1년만이라도 더 일찍 사제성소를 느끼고 깨달았더라면…’하는 아쉬운 생각에 항상 조급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것 같습니다. 늦었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늦었기에 더 감사하며, 늦었기에 더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렇게라도 제 주보성인인 ‘바오로 사도’의 열정적인 삶을 닮고 싶습니다.
▶ 바오로 사도의 그러한 열정적 삶 외에 또 본받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뭐가 있을까요?
- ‘바오로 사도’의 확고한 신앙적 자기결정과 판단, 그리고 예수님과 늘 함께하는 항구한 신념적 삶이 부럽습니다. 때론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필요한 것이니까요. 사실 ‘바오로’라는 세례명 역시 4대째 천주교 집안이라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것이어서 스스로 의미를 두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이름을 따라 사는 일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바오로 성인이 어떤 분이시며, 그분의 삶을 따라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늘 생각하며 자랐으니까요. 결국 자기도 모르게 자기 이름을 닮아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이건복 신부가 평소에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밝힌 바오로 서간의 그 말씀이 사제로 살아 온 그의 삶과 어딘지 닮았다.
※ 인터뷰 전문은 교구 인터넷신문(http://news.casuwon.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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