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남짓한 공간. 침대 하나와 책상, 손님맞이용 6인용 테이블이 전부다. 책도 그리 많지 않다. 벽 바라보고 놓은 책상에선 ‘사무용 책상’이 아닌 ‘공부용 책상’이 느껴진다. 커피를 즐기는 집 주인의 습관 때문일까. 숙소에는 커피향을 닮은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다. 겸손과 절제, 소박함의 향기가 절로 옷깃 여미게 했다.
2월 10일 주교 임명과 동시에, 대전가톨릭대 총장 숙소 만난 김종수 주교는 그저 ‘허허~’ 웃었다. 웃음에 편안함이 한 가득이다. 웃음에서도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난다.
# 소명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나 자신도 모르게 땀을 흘릴 정도로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그 중압감이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교 임명은 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소임에 저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교 임명 소감을 묻자 소감이 아닌, 소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채색하지 않은 겸손도 소명에 덧붙인다. “주교직에 오르는 것은 사회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위직에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사제는 항상 사제입니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만 할 따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제로서 늘 그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는 일이 바뀔 뿐입니다.”
# 소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었다. 김 주교가 진지하 표정으로‘보좌’를 이야기 했다.
“그동안 신학생들에게 어떤 위치에 가더라도 늘 주어진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가르친 것을 정작 스승이 실천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보좌 주교로서 주어진 소임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바로 저의 역할입니다.”
김 주교는 인터뷰를 하는 30분 동안 ‘보좌’라는 말을 아홉 번 말했다.
자신의 소임과 위치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간접적으로 배어났다. 김 주교는 “교구장 주교님(유흥식 주교)께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것이 보좌 주교의 역할”이라며 “교구장 주교님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서 교구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가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더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구가 제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워 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김 주교는 또 자신의 역할 중에는 “교구장 주교와의 일치, 사제단과의 일치, 교구민과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 소망
김 주교는 커피가 식어갈 즈음, 사랑을 이야기 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 모두는 사랑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세상도 사랑해야 합니다. 신자로서 세상에 사랑의 표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 주교는 사랑을 드러내는 일에 작은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모두 사랑하는 일을 위해 서로 힘이 되어 주자고도 했다.
“사제서품 때 고른 성구가 갈라티아서 2장 20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입니다. 늘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시고, 그리스도와 함께 주어진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사제단과 교구민 모두의 기도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교구장 주교님을 보좌해 사제단, 교구민 모두와 함께 손잡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아름다운 교구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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