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신부’가 ‘주교’로 임명된 날은 2월 10일. 하룻밤 자고 일어난 11일은 대전교구 주보인 루르드의 복되신 성모마리아 축일이었다. 대전교구민들은 이를 두고 루르드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특별한 간구가 있었다고 기뻐했다. 대전교구와 한국교회가 함께 기뻐한, 그 일주일을 들여다본다. 그 시간은 ‘돌 굴러가유~’ 충청도 만만디가 아닌, 큰 기쁨 속에서 숨 가쁘게 돌아간 교구 축제의 시간이었다.
○… 10일 저녁 8시 15분 전. 한국교회에 또 한명의 목자가 탄생하는 경사를 앞둔 시간, 김종수 신부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충남 연기군 전의 대전가톨릭대는 ‘조용했다’. 학기 중이었다면 신학생들의 환호와 박수, 축하 무대로 시끌했겠지만, 방학 중이어서 학생들은 모두 소속 본당으로 돌아갔다. 학교에는 교수 신부 몇 명만이 남아 있었다. 김종수 주교 임명자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 놓아 연락이 불가능했고, 학교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 심지어는 교수 숙소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신학교 전체가 침묵하고 있었다.
숙소 안에서 불이 켜지더니 전례음악원장 김한승 신부와 곽승룡 교수신부, 신학교 사무처장 김창선 신부가 밖으로 나왔다. 교구청에서 축하 인사를 위해 찾아올 박종우 총대리 신부 등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신학교 동료 사제들도 불과 3~4시간 전에 주교 임명 소식을 들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 그만큼 주교 임명 소식은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박종우 신부 등 교구청 사제들이 찾아오자, 신학교 사제들이 김주교 숙소로 안내했다. 꽃다발과 축하인사가 오가는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총장 숙소 창문 밖으로 사제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 김주교가 주교 임명 발표 후 맞은 첫 아침은 대전교구 주보인 ‘루르드의 복되신 성모마리아 축일’(2월 11일)이었다. 김주교는 직접 차를 운전, 오전 10시 대전 용전동 교구청에 도착했다. 교구청 마당에서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 20여 명의 환영을 받은 김주교는 곧바로 교구장실로 가서 유흥식 교구장 주교와 첫 인사를 나눴다. 유주교는 “어제 잘 주무셨어요”라고 인사하며 무거운 짐을 지게 된 김주교 심정을 고려하는 모습. 유주교는 또 “사도들의 후계자가 된 만큼, 하느님 백성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김주교는 “교구장님과 함께 대전교구가 하느님 원하시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유주교와 김주교는 함께, 자가용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경갑룡 주교께 인사하고, 앞으로의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 지붕 세 주교’는 이후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목자로서의 정을 나눴으며, 앞으로의 교구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어 13일 제2대 대전교구장인 황민성 주교 선종 25주기를 맞아 충남 연기군 전의 대전가톨릭대에 있는 묘소를 참배한 유주교와 김주교는 곧바로 서울로 이동,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환담했다. 정추기경은 김주교의 주교 서품일과 관련, “춘분이 3월 20일인데, 대전교구에 춘분이 함께 왔다”며 대전교구의 보좌 주교 임명을 축하했다.
각계의 축하 인사를 받고, 또 앞으로의 구상으로 바쁘게 지낸 김주교는 15일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주최, ‘제1회 아버지 데이’특강에서야 비로소 조용히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을 내어줌으로써 우리를 다 구원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당신의 아들로 받아주셨습니다. 우리는 늘 기도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 대전교구 사제단 및 수도자, 신자들은 61년 만에 맞는 보좌주교 탄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창 사제인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는 “평소에 주교님과 대화를 할 때마다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제 그 행복을 교회와 세상을 위한 주교 직분을 통해서 하느님 백성과 마음껏 나누길 기도 드린다”고 말했다. 김주교가 지도를 맡고 있는 대전교구 몽골선교후원회의 서우평(라파엘) 회장은 “마음 따뜻한 참 목자의 탄생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아울러 축하를 드린다”며 “대전교구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교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늘 기도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교구 평협 김윤성(요한 비안네) 회장도 “교구가 7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출발점에서 맞는 보좌주교님의 탄생 소식은 23만 대전교구민 전체의 기쁨이며 환희”라며 “이 세상을 나눔과 사랑이 있는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 수 있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설명
▲대전교구청 직원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는 김종수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왼쪽)가 신임 김종수 주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가운데)을 예방한 유흥식 주교와 김종수 주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