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는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공유되며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인간의 행동, 생활양식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므로 참 폭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민족과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다양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해서 다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1고린 6,12)’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즉 우리들이 살아가는 문화의 다양성 안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 즉 작고하신 교황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신 대로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이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공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생명의 문화’는 생명을 주고 더 풍성하게 생명을 누리게 하는 것이 바로 생명의 문화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셨듯이 생명을 살리고, 아픈 이를 고치시며, 슬퍼하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죽음의 문화’는 우리에게 죽음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예수그리스도께서 하신 것과 반대되는 일입니다. 병들게 되고 아파하고 파괴와 미움과 죽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힘을 겨루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여야 합니다. 당연히 하느님의 자녀로서 또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화란 바로 우리 삶의 자리에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어 나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오늘날 살인과 낙태와 납치, 불신과 거짓, 부정과 부패, 양심의 오염과 환경의 오염 등의 태도가 얼마나 많습니까? 얼마나 거짓이 일반화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다른 사람을 향한 비난, 거짓된 소문, 다른 사람을 죽이고, 비협조적이며, 이기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한 것들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나를 죽이는 것이고, 죽음의 문화에 속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죽음의 문화는 강력하게 전파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양심을 마비시키고 악에 물들게 됩니다. 마치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마르코 8.15)”는 말씀과 같습니다. 그 누룩은 완고한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나라와 생명의 문화를 파괴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불리움을 받았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작고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시대의 예언자셨고, 바로 하느님의 사람이셨으며,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듯이 생명의 문화를 이루시는 분이셨습니다. 신앙인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고 ‘생명과 사랑(정의를 포함한)의 문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가르치신 것이요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어두움이 강력하게 세상과 세상에 속한 우리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강력한 것이어서 우리를 두렵게 하기도 합니다. ‘몇 사람이 노력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하는 실망감이나 회의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그것에 굴하지 않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고 세상의 빛과 소금 그리고 생명의 문화를 이루라는 소명과 사명을 받았습니다. 두려움을 버리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생명의 문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 안에 속해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이 교회의 역할이요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야만 세상 안에서 교회가 빛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기억하면서 그분의 사업을 이어받아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함께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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