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내기 힘든 상황에 병원에 갈 엄두가 안납니다.”
주님께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어려움을 주신다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금방 떠오른다.
김은순(요안나·50·수원교구 원곡본당)씨를 만나기 위해 집에 들어서자 발끝부터 한기가 쫙 끼쳐왔다. 가스값을 아끼려 보일러를 꺼두기 때문이란다. 가족에게 온기가 허락된 곳은 펼쳐놓은 전기장판 위가 전부다. 이마저 손님 온다고 켜뒀단다.
지금까지 가족 생활비는 남편 편기수(베드로·51)씨가 막노동으로 번 돈으로 근근이 충당해 왔지만 5년 전 위암 수술 후 약해진 기력에 경제불황까지 겹쳐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다. 월 35만원 하는 월세 내기도 버겁다.
그러나 그동안 김씨의 몸 상태는 입원이 절박할 정도까지 악화되고 있었다. 당뇨·고혈압 합병증으로 시력이 저하돼 안경을 벗으면 눈앞의 물건도 분간할 수 없다. 아침마다 혼자서 인슐린 주사를 놓고 약도 매일 챙겨 먹어야 한다.
신부전증으로 온몸이 퉁퉁 붓고 손발이 저려 오래 서 있는 것은 꿈도 못 꾼다. 3층 계단을 오르는 것도 몇 번을 쉬어야 겨우 가능하다.
게다가 얼마 전 요실금 수술이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피검사, 심전도 등 그 많은 검사비와 수술비는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수술 이야기를 꺼내 봤지만 시어머니도 포기할 정도로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 남편은 돈도 없는데 앓는 소리만 한다며 소리부터 질렀다. 자녀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공익근무 중이고 시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는 시집간 딸에게는 이야기도 못 꺼냈습니다.”
경제사정도 사정이지만 글을 배워본 적이 없는 김씨에게 병원 가는 일은 지도 없이 뛰어든 미로 같다. 여기저기 찾아가라는 곳도 많고 빼곡히 적힌 처방전만 6장이 넘어가지만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현재 알고 있는 병명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있는 것들만 확인한 것이란다. 병명을 들어도 남들에게 설명할 수조차 없다.
누가 봐도 험악한 상황이지만 이제 김씨는 더 이상 버텨낼 힘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저 가끔 들러주는 본당 빈첸시오회 봉사자들의 손을 붙잡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118 농협 703-01-360433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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