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준비하는 아들에게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널 낳고 얼마나 행복했던지. 장남 며느리라는 부담이 첫 아들인 너로 얼마나 당당했었는지. 세상에 내 아들이 제일 예쁜 줄 알았단다. 엄마 말도 잘 듣고 착한 아들, 주님께서 내게 주신 최상의 선물이었지. 세상 엄마들이 다 바라는 공부 잘 하는 아들이 되게 해달라고 매일 하느님께 기도드렸지.
그런데 넌 내 바램과는 달리 어느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오직 컴퓨터 모니터 앞에만 앉아 게임인지 뭔지만 하고 그 외엔 잠만 잤지. 야단도 쳐보고, 울기도 하고, 밖으로 내쫓기도 하며 긴 시간을 너와의 실랑이로 내가 지쳐갈 때 너 또한 지쳐갔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린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 나도 밖으로 돌고, 우연히 함께라도 있을라치면 넌 아예 네 방에 들어가 잠만 자고, 내가 잠든 밤에야 넌 깨어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고…노상 잠만 자는 널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 상담을 받아보니 심한 조울증이라는 진단에 얼마나 놀랬는지. 엄만 네가 행복하기만 바랬을 뿐인데…
마음을 연 대화로 진정한 사랑 깨달아
서울대를 갈 정도로 우등생이길 바란 적도 없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난 가슴을 쥐어짜며 후회했지. 늘 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아. 주님께 기도를 드릴 때도…주님 앞에 무릎 꿇고 과연 널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뭘까 주님께 답을 청했단다. “내가 널 사랑하듯 너도 네 아들을 사랑해라”는 주님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그제서야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하기 보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욕심껏 널 조종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단다. 그때부터 네 하교시간이 되면 버스정류장에서 널 기다렸지. 첨엔 본 척도 않고 혼자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날 찾아 두리번거리던 네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서로의 맘을 열고부터는 대화도 하고, 주일이면 함께 성당에 나가 주님께 기도드리며 이젠 옛 얘기하며 웃을 수 있도록 나에게 진정한 사랑을 깨우쳐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아들아 대학 입학 축하한다. 이젠 하느님 사랑 실천하며 넓은 세상에서 맘껏 네 꿈을 펼쳐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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