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살다 떠나간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뜻이 우리 사회에서 화합과 배려로 부활하고 있다.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사랑과 나눔’ ‘정직과 성실’ ‘평화와 화합’의 열풍이 불어 관심을 모은다. 특히 김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은 전 국민들에게 빠르게 퍼지면서 긍정의 힘을 발산시키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하고 떠났다는 소식에 전국 각 관련 기관 단체별로 장기기증 문의가 평소의 3~50배까지 늘어났다. 자원봉사 문의도 크게 늘었다.
게다가 사회리더들과 지식인들은 ‘바보 운동’에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미래사상상연구소 홍사종 대표와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 등은 26일 ‘바보 운동’ 모임을 발족하고,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확산시키는데 앞장 설 뜻을 밝혔다. ‘바보 운동’은 김 추기경이 이름붙인 자화상의 제목이자 ‘배려와 나눔’을 뜻하는 말이다.
홍사종 대표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강조한 사랑과 나눔은 곧 ‘바보 정신’으로 집약된다”며 “물질만능에 빠진 우리사회에 남을 배려하는 삶의 소중함을 확산시킬 때”라고 밝혔다. 또한 “이 ‘바보 운동’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거나 일회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운동과 정신운동으로 승화시켜야할 실천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어 ‘내 탓이오’와 ‘똑바로’ 운동을 펼쳐 사회 전반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번져나가는 감사와 사랑의 운동 또한 보다 나은 사회와 교회 발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2월 22일 김추기경 추도미사 후 마련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김 추기경의 메시지에 따라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운동을 공식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 추기경의 모든 언행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왔다. 김 추기경은 오랜 시간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꼽혀왔다.
또 2월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김 추기경을 존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사회적인 역할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국민 전체에게 인정받은 결과였다.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은 “대사회적으로도 김 추기경님의 뜻을 본받자고 나서는 분위기는 김 추기경님은 천국에 계시지만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신다는 것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모습인 것 같다”며 “이러한 사회 기대에 부응해 교회가 더욱 책임감 있게 올바른 사회 구현을 위해 힘써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회장은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추진할 ‘감사 사랑 운동’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실천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종 사회 문제의 ‘영원한 대변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입원 중에도 진실성이 결여된 우리 사회의 모습에 가슴아파하며 ‘정직과 신뢰의 필요성’을 한층 더 강조한 바 있다.
모든 것을 비운 마음이 하느님을 만나면 좋다(‘O’+‘GOD’=‘GOOD’). 김 추기경이 생전에 농담처럼 남긴 이 말이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더욱 넓게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