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그만하면 다 이루었다!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나라를 차지하여라.”
미사 시간 내내 고요하던 성당 곳곳에서 흐느낌이 울렸다. 눈물은 성당 안팎 신자들의 물결을 넘어 TV로 미사 생중계를 시청하던 전 국민들에게 번져갔다. 2월 2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 중 고별사가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이날 미사는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을 대신하는 특사 자격으로 주례를 맡아 더욱 엄숙하게 봉헌됐지만, 다른 사제들의 장례미사와 다른 특별한 예식을 더하진 않았다. 차이점은 세계교회를 비롯해 한국 주교단과 사제단, 평신도, 국민들을 대신한 이들의 고별사가 이어지고,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된 정도였다.
이날 예식에서는 교황특사 정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대신해 고별사를 낭독한데 이어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한 한승수 국무총리, 최승룡 신부, 한홍순 한국 평협회장이 각각 고별사를 낭독했다.
각 고별사는 나라와 교회의 큰 기둥이 되어준 김 추기경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꾸밈없이 담아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강우일 주교는 고별사를 통해 김 추기경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며 늘어놓았던 넋두리와 투병생활의 의미 등을 가감 없이 밝혀 큰 공감대를 얻었다.
강 주교는 고별사에서 “추기경님의 고난이 왜 필요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며 “추기경님은 투병생활과 죽음을 통해 경제 위기와 사회불안으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강 주교는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시면 당신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애틋하게 사랑하셨던 우리 백성을 위해 주님께 간구하여 주십시오”라는 인사로 고별사를 마무리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고별사를 통해 “추기경님께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고, 감사할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주셨다”고 밝혔으며, 한홍순 회장도 “추기경님께서 곁에 계셔 주셔서 참으로 행복했다”는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최승룡 신부는 고별사에서 “우리 마음의 눈이 추기경님의 모범으로 열리게 된다면 이는 더 큰 기적”이라며 “미움과 갈등과 욕심의 각막을 벗기고 사랑과 화해와 희생의 각막을 이식하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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