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목마른 사람은 내게 오라…”. 장엄한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상에서의 마지막 이별 시간을 맞이했다.
2월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교황특사 정진석 추기경 주례, 한국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이 미사는 고인이 생전에 강조한 뜻을 따라 고별사가 추가된 것 외에는 일반 장례미사와 큰 차이없이 단순하고 검소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 영하의 추위 견디며 마지막 길 배웅
이날 명동성당 내에는 유족, 세이이치 시라야나기 추기경과 일본 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부의장 이케나가 준 대주교 등 일본 교회 조문단, 전국 주교·사제·수도자단, 평신도 대표들을 비롯해 정부 조문단과 국회의원, 주한 외교사절 등 900여 명이 자리했다.
입당하지 못한 사제들은 꼬스트홀에, 신자들은 대형 스크린 5대가 세워진 성당마당과 가톨릭회관 주차장을 빽빽이 채웠다. 인근 빌딩 옥상과 계단은 물론 창가마다 김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1만여 명을 넘어선 숫자였다.
새벽 4시경부터 모여든 이들은 서로의 체온으로 영하의 칼바람을 녹이며 김 추기경을 배웅했다.
■ 행렬마다 시민들의 작별인사 이어져
성찬례에 이어 고별예식에서는 남겨진 이들의 애틋한 마음이 가득 담긴 고별사들이 이어졌다.
이윽고 33번의 조종을 뒤로 하고 운구행렬이 장지를 향하자 겹겹이 늘어선 신자들은 손수건 등을 흔들며 ‘안녕히 가세요, 추기경님’을 되뇌었다.
행렬은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호등이 없는 길을 선택해 용인 성직자묘지로 이동했으며, 40여 대의 경찰 패트롤카가 호위했다.
김 추기경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부 차원에서 국빈급 예우로 안내한 것.
일반 시민들도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잠시 멈춰서 목례로 인사를 전했다. 특히 수원교구 신갈본당 신자들은 성직자 묘역에 앞선 용인 죽전 인근에서부터 플래카드 등을 준비해 추기경을 맞이하고 나섰다.
■ 따뜻하게 묻어드리고 싶어
장지인 경기도 용인 성직자묘역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2000여 명의 신자들이 김 추기경을 맞이했다.
정 추기경 주례로 하관예절이 끝난 후에도 수많은 신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헌화의 줄을 이었다. 추기경님을 따뜻하게 묻어드리고 싶다며 손으로 흙을 퍼 나르는 손길, 루르드성지에서 가져온 성수를 품에서 꺼내 뿌리는 이들의 모습 등은 김 추기경을 향한 작은 정성이었다. 특히 서울대교구 가톨릭경제인회는 매서운 바람 속에 몇 시간씩 서있는 신자들을 위해 ‘김수환 추기경님의 따뜻한 마음입니다’라며 손난로를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긴 명동에서부터 장지까지 4시간 여에 걸친 전례 일정을 뒤로하고 성직자 묘역, 십자가상과 성모상이 굽어보는 양지 녘에서 김 추기경의 영원한 안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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