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Ⅰ열왕 19,4∼8 (엘리야는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 하느님 산에 이르렀다)
제2독서 에페 4,30∼5,2 (그리스도를 본받아 여러분은 사랑의 생활을 하십시오)
복 음 요한 6,41∼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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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걸어가는 나그네 길입니다. 우리는 이 길에서 성공과 승리를 만나기도 하지만 또한 실패와 좌절의 아픔 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슬픔이 클 때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죽고 싶은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오늘 1독서에 나왔던 엘리야도 그랬습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에 홀로 남은 예언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혼자의 힘으로 바알의 예언자 450명과 대결하여 멋지게 승리로 이끌었던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일장춘몽이요 승리 뒤에는 바알의 광신자였던 왕비 이세벨에게 쫓겨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렙산으로 도망칩니다.
인생은 허무했습니다. 기쁨이나 영광이라는 것도 물거품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야도 권력 앞에는 어쩔 수 없어 죽어라고 도망칩니다. 그러나 너무도 허기에 지쳐서 도망칠 힘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다 끝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하느님께 매달려 죽여 달라는 간청을 합니다.
적의 손에 붙잡혀 죽느니 하느님의 손에 죽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때 천사가 나타나서 엘리야에게 힘을 줍니다. "갈 길이 고될 터이니 일어나서 먹어라." 지쳐서 쓰러진 그에게 천사가 나타나서 도움을 줍니다. 엘리야는 천사가 주는 과자와 물을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셨습니다. 이에 힘을 얻은 엘리야는 하느님의 산 호렙까지 무사히 도망칠 수가 있었습니다. 절망에서 다시 극적으로 구출되는 모습이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앞에 절망이란 없습니다. 우리도 힘들고 어려울 때, 그래서 만사를 다 포기하고 죽고 싶을 때 "갈 길이 고될 터이니 일어나서 먹어라."하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길에는 언제나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음식을 주시기 위해 항상 우리의 길에 그분이 동행하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당신의 몸을 먹기를 진정 원하십니다.
교회는 오늘도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온 빵은 모세와 그 백성들이 먹었던 만나도 있었고 오늘 엘리야가 먹은 과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이요 표상이었지 생명의 빵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이 재천명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 있는 빵이며 생명의 빵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먹어야 할 생명의 빵입니다. 그분이 빵으로 오셨다는 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합니다. 사람이 어째서 빵이고 사람이 또 어떻게 사람을 먹어야 하는지를 세상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의 빵인 성체의 의미를 더 깊이 새겨서 간직해야 합니다.
최후만찬 때 예수께서는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어떻게 나눠 주시는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즉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눠 주시며 "이는 내 몸이니 너희는 받아 먹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나눠 먹은 빵이 예수님의 몸이요 그것이 생명의 빵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사 때마다 그 의식을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을 나눠 먹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감히 자격도 없고 더구 나 하느님을 모실 만한 주제도 못 됩니다. 오히려 죄인들입니다. 그러나 죄인이라는 그 이유 때문에 하느님은 밥이요 빵으로서 인류의 음식으로 오셨던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으며 삶의 교훈이 있습니다. 자기를 죽이지 않고는 아무도 밥이나 빵이 될 수 없습니다.
빵이 된다는 것은 자기를 부수고 깨뜨려서 반죽으로 죽어야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밥이 된다는 것도, 뜨거운 물에 펄펄 끓여서 뜸을 들여야 하는 죽음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자기를 죽이지 않고는 빵이 될 수 없으며 또한 밥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당신 자신을 죽임으로써 빵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고는 결코 자기를 죽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는 쪽은 언제나 선한 사람들 쪽입니다.
언젠가 어떤 형제와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위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는 안하무인이었습니다. 신자이면서도 신자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그리고 처참한 마음으로 감실 앞에 나갔을 때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의 밥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렇게 기도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하고 그 형제에 대해 오히려 고마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예수님만이 참 생명의 빵이십니다. 따라서 우리의 길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슬프고 눈물 흘릴 때 그분의 음식으로 생기를 얻고 힘을 얻도록 합시다. 주님은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오셨으며 또한 그러한 길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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