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전도 1,2; 2,21∼23 (이 세상 노고에서 인간이 무슨 이익을 얻으리오?)
제2독서 골로 3,1∼5.9∼11 (그리스도께서 계시는 위엣 것을 찾으라)
복 음 루가 12,13∼21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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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고 헛되다. 세상 만사 헛되다." 오늘 1독서에서 전도서의 저자가 크게 한탄한 말을 지난번에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주인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자는 또 말합니다. "온갖 재간을 다 부려 수고해서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어야 하다니, 이 또한 헛된 일이며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성실치 못한 자세로 돈을 벌려고 한 그 자세부터 모순이었으며 설계부터 시작해서 시공 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건실하고 정직한 게 없었습니다. 모래도 철근도 다 엉터리요 가짜였으며 그저 '돈', '돈', 돈만이 전부였습니다. 국가 공무원도 다 거짓이었습니다. 돈 앞에 사람이 무력합니다.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서 번 돈은 어떻게 되느냐?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백화점 주인의 재산이 약 3천억원인데 피해 보상에 드는 비 용이 약 3천억 원이랍니다. 그렇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었 지만 스스로 다 털리게 됩니다. 그것도 악명을 세상에 떨치며. 성서 말씀은 조금도 틀림이 없습니다.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오늘 전도서의 저자가 "헛되다"고 한탄한 것은 인생을 무시하고 세상을 경멸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세상 모든 것은 다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다만, 거기에서 하느님을 외면 하고 하느님을 잊을 때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거기 계셔야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주 착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테면 헛되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정말 아무리 악해도 살 만한 가치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세상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의 사악한 욕심과 하느님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헛되지만 하느님을 거기 모시면 모든 것이 은총이요 또 선물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일면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돈과 재물 앞에는 신앙도 가족도 없으며 사랑이니 용서니 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많이 갖고 많은 것을 누리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가 됩니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세상을뒤집어서 살려고 합니다.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시에 자원 봉사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시간도 금전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직장도 가정도 희생을 했습니다. 오직 단 한 사람의 생명이 라도 건져 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 에너지도 많이 소비됐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고 아깝지도 않았습니다.
세상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것입니다. 무엇인가 자꾸 차지하려는 사람은 결국 그것을 잃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는 세상이 헛됩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베풀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베푼 그것을 몇 배로 얻습니다. 사실, 남에게 베푼 작은 사랑의 기운이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베품은 영원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 2독서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말하기를 지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미에 가서는 "그리스도만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열심히 수고하고 땀흘려서 벌어야 합니다. 재물도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하느님을 재물 밑에 모셔서는 안됩니다.
재물은 선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 안에 있을 때만 그렇습니다. 그러나 재물이 하느님 위로 올라가면 재물은 악이 됩니다. 말하기조차 송구스런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을 재물 밑에 모십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아무리 '선'이라도 그것에서 하느님을 외면하면 그것은 헛된 것이 됩니다.
진정한 재물은 무엇입니까? 친절한 말 한마디가 세상의 재물이 됩니다. 이웃을 위한 사랑이 세상의 꽃이 되며 의를 위해 수고하고 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영원한 불빛이 됩니다. 그리고 돈과 재물 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누고 베풀 때 그때 진정한 나의 재물이 됩니다. 영원히 잃지 않는 재물이 됩니다.
재물을 땅에 쌓지 맙시다. 그것은 좀먹고 녹슬어 못쓰게 되며 또 도둑이 항상 노리고 있어서 불안한 세상을 살게 됩니다. 재물을 하늘에 쌓읍시다. 그 재물은 아무도 훔쳐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하늘이 바로 여러분 주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재물을 하늘에 쌓을 때 세상을 아름답고 멋지게 사는 지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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