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흥동본당 신자인 민병훈(바오로) 감독이 제작한 화제작 「벌이 날다」. 모스크바 국립 영화 대학 학·석사 학위를 받은 민감독은 이 영화 한편으로 해외 데살로니키 국제 영화제 은상, 토리노 국제 영화제 대상·비평가상·관객상, 러시아 아나파 국제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독일 코트부스 국제 영화제 비평가상·관객상 등을 휩쓸며 단번에 영화계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당시 영화관계자들은 『작은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으며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담아낸 수작이다』(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단순한 이야기지만 인간의 보편적 진실을 뛰어난 시적 감각으로 다뤘다』(토리노 영화제 심사평)라고 극찬했다.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민감독. 「벌이 날다」는 흑백필름에 별다른 기교없이 더구나 전문배우가 아닌 타지키스탄 주민들을 등장시킨 투박한 영화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정직하게 담고 있다.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빈부의 대립이 선명하다. 차에 치이고도 되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교사, 옆집 부자와 검사는 돈과 권력으로 세상을 주무르는 힘의 상징이다. 이 영화는 현실에 대한 슬픈 그림자를 그리고 있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이 수용소에서도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듯 「벌이 날다」에서의 교사 역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따뜻함을 유지하는 주인공의 시선은 이 영화를 인상깊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처음 국내에 선보였을 때 반응은 냉담했다. 민감독은 국내관객과 비평가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고, 해외영화제에 내보낼 필름을 뜰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제작비 수십억, 수백억이 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쏟아지는 추세에서 단돈 7천여 만원이 투자된 초미니규모의 작품 「벌이 날다」. 하지만 해외에 이 작품이 알려지면서 그 어 떤 대작보다 아낌없는 찬사와 호평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강한 이 작품은 마치 몰래카메라로 주민들의 일상을 찍어 놓은 듯 해 등 장인물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 인도 출신 감독 겸 작곡가인 사티아지트 레 이가 투박한 화면에 리듬감을 입혀 영상과 음악이 한 호흡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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