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박해

천주교에 대하여 관대한 정책을 폈던 정조임금이 사망하고 그 뒤를 이어 11세의 어린나이로 순조가 왕위에 즉위하자 그의 계증조모이자 벽파였던 김 대왕대비는 1800년 11월 이후부터 교회에 대한 박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조선에 입국해서 활동하던 주문모 신부는 박해기간동안 주로 강완숙 골롬바의 집에 거처하고 있었는데 당시 배교자 김여삼의 밀고로 신부의 거처가 알려지자 주신부는 정조의 서형(庶兄) 은언군(恩彦君)의 처 송 마리아의 집(廢宮)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2주일 후 주신부는 자신만 자수하면 박해가 누그러 질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의금부에 자수하였다. 그는 취조중에도 언제나 순교할 각오를 당당하게 말하고 '호교론' 의 글을 써서 판관에게 바치기도 하였다.

3월 15일 조정에서는 주신부를 청국인으로서 본국으로 송환하기 보다는 즉시 군문에 붙여 사형하기로 결정하고 4월 19일에 순교하게 되니 그의 나이 50세였다. 주문모신부의 순교는 본인이 의도한 바와는 반대로 박해가 더욱 확대되었다.

그리고 5월 22일에는 주문모신부를 6년간 헌신적으로 봉사한 강완숙(골롬바)이 8명의 동료들과 함께 서소문밖 형장에서 참수되어 순교했다.

황사영의 백서와 순교

신유박해는 황사영(알렉시오)의 체포를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그는 이미 2월 11일에 체포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7개월이 넘도록 그의 행방을 전혀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전주에서 유항검이 황심을 북경 왕래자의 하나라고 자백하자 9월 25일에 황심이 체포되고 황심은 그 다음 날 황사영의 거주지를 실토하게 됨으로써 9월 29일 황사영도 제천에서 피신 중이던 김한빈과 함께 체포됐다.

황사영은 제천에 은신해 있는 동안 백서를 작성했다. 이 비밀 편지는 황심이 옥천희와 같이 옷속에 감추어서 그해 10월 동지사 일행에 끼어 가서 북경주교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황심의 체포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백서는 황사영 혼자서 구상하고 쓴 글임에도 조정에서는 정약용, 이치훈과 함께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문초했으나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없음이 밝혀지자 두사람은 귀향선고가 내려지고 황사영은 11월 5일 옥천희와 현계흠과 함께 대역 부도죄가 선고되어 처형당하였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7세였다.

박해의 결과와 이후 공동체

아직 12~3세의 연소한 순조가 박해의 이러한 잔악상을 알게 되자 이 사건에 친히 관여하여 이미 끝난 소송을 재개하는 것을 일체 금지시키면서 관용정책을 펴게하였고 이에 김대왕대비도 더 이상 수색을 하지 말 것을 명하고 국청을 해체시켰으며 박해의 전말과 옥사를 변호하는 반교문(頒敎文)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해 12월 15일에는 아직도 집행되지 않은 사학죄인들에 대해서는 속히 처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12월 22일에는 이른바 '토사교문' (討邪敎文)이 반포됨으로써 박해가 정식으로 그 종결을 고하게 되었다.

신유박해 희생자의 수는 기록에 따라 약간씩 다르나 대체로 처형된 자가 1백여명, 그리고 유배자는 400명으로 도합 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리고 수도와 경기도, 충청 및 전라도가 당시 천주교도의 주요 박해무대가 되었다.

유래 없이 잔악했던 신유박해는 박해자로 하여금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주었으며 당시까지 나름대로의 교세를 확장시켜가던 조선천주교회는 완전히 황폐되었다.

신유박해 이후 살아남은 신자들은 수도와 박해지를 피해 강원도와 경상도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배교자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반면에 새로운 입교자도 늘어갔다.

한편 1811년 동지사편에 북경주교와 교황 비오 7세에게 두 개의 서신을 전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경교회와의 연락이 부활 되었을 뿐더러 로마 교황청과 연락의 길도 트이었다. 특히 교황에게 보낸 서신은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가 설정되고 프랑스 선교사들이 조선에 파견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 서신이기에 커다란 역사적 의의가 있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