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첫 주일, 「대부모가 좋아요, 대자녀를 사랑해요」라는 플래카드가 흔들리는 대구 동촌성당 앞마당은 반가운 인사나눔, 쌓인 그리움을 풀어내는 목소리들, 대부모·대자녀가 서로를 위해 부르는 정겨운 노랫가락들로 온통 술렁거렸다.
「대부모 대자녀 만남의 날」. 동촌본당(주임=이대길 신부) 사목협의회는 지난해에 이어 대부모·자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역할을 되새기고 정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대부모는 세례를 받고 입교하는 사람에게 영신적 모범을 보여주며 신앙생활의 길라잡이가 돼 주는 이들이다. 하지만 예비신자교리 기간이 예전에 비해 짧아지고 바쁜 사회생활로 신자들과의 친교를 나누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을 대부모로 모시거나 영세 후 꾸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 이런 중에 영적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대부모와의 만남의 자리는 친교와 영적 나눔이 함께 해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대부모가 좋아요」책자를 소개해 대부모·자녀에게 서로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 신자 재교육에도 큰몫을 했다.
체험담을 발표한 장순연(마리아고레띠)씨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40여년 전 영적 딸로 맞았던 대녀들을 비롯한 20여명의 대녀들과 정기모임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짝교우로 냉담 아닌 냉담을 10여년 유지해온 장인자(데레사)씨. 그는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지낸 대모를 우연히 만나 『절대 냉담만은 하지 말라』는 간절한 부탁에 그 세례 대모를 다시금 견진 대모로 맞아들여 지금껏 성실히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다.
대자를 30여명이나 둔 이창신(베드로·침산본당)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대자의 대자도 소개받아 3대(?)가 모여 정을 나누기도 했다.
본당 주임 이대길 신부는 『이러한 만남의 자리가 대부모의 역할을 되짚고, 체험담을 나누며 올바른 신앙생활 모습을 다지는 등 신자 교육의 효과가 크다』고 말하고 『대부모·자녀 간에 편지, 전화 등을 통해 꾸준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등의 영적선물을 통해 친교를 나누길』 권했다.
동촌본당은 그동안 에비신자교리 과정에서 대부모와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신자를 대상으로 대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 재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또한 이신부는 『깊이 있는 대부모·자녀의 꾸준한 관계를 위해 친인척이나 가까운 이웃을 대부모로 정하도록 권유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을 위해서 각 구역장이나 반장, 레지오 마리애로부터 환경과 나이 등을 고려한 대부모를 추천받아 예비신자와 이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촌본당은 앞으로도 「대부모 대자녀 만남의 날」을 화목한 영적친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며, 더불어 대부모·자녀의 다양한 경험을 모은 사례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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