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최후의 판관이자 사제이며 예언자로서의 역할을 다한 사무엘의 기적적인 탄생과 그의 생애를 하느님의 전능하신 구원행위와 연결시켜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보고자 한다.
한나의 찬가(2,1-11)는 해방과 평화와 찬양을 나타내는 감사시의 전형이다. 하느님께 대한 한나의 감사와 찬양의 노래(2, 1~11)로서 「마리아의 노래」(루가 1, 46~55)에 영향을 준 것이다. 원래 독립적인 전승이었으나 사무엘의 이야기에 삽입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사무엘의 탄생과 그의 생애를 하느님의 전능하신 구원행위와 연결시키면서 하느님의 놀라우신 역사 하심을 찬양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출애15, 1~17) 판관5, 2~31).
엘리 가문에 대한 재난선포
실로 성소의 제관장이었던 엘리에게는 두 아들 흡니와 비느하스가 있었다. 아버지를 도왔던 그들은 하느님께 봉헌하는 고기를 욕되게 갈취함으로써 계명을 어긴다(12~17절). 하느님께서는 엘리가문이 이와 같은 부패로 말미암아 어떻게 망할 것이라는 것을 사무엘에게 직접 알려주신다(2, 27~36). 한편 사무엘은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며 축복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양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무엘의 탄생에서 그가 이스라엘의 어둡고 혼란하던 시절 곧 부족동맹체제로부터 왕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이스라엘을 이끌어 나간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역사이다. 이사악, 삼손, 요한세자 등의 경우와 같이 야훼께서 직접 구원의 손길을 펴심으로써 사무엘이 탄생한다. 이렇게 사무엘은 처음부터 축성된 자로서 등장하여 모세 이후 이스라엘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가 된다.
하느님의 부르심
사무엘을 부르시는 이 부분은 대단히 극적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사무엘에게 스스로 나타내 보이시면서 그를 이스라엘에 대한 당신의 대리인으로 삼으신다. 즉 사무엘은 온 이스라엘 가운데서 예언자로서 또한 판관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사무엘의 소명 기사를 기점으로 하여 야훼께서는 엘리 가문을 사제 가문에서 제외시키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전한다. 이 이야기의 배후에는 공동예배의 타락을 겨냥하고 있으며 후기 예언자들의 하느님 심판의 쟁점 중의 하나이다.
성서의 모든 소명 설화에서처럼 사무엘의 소명도 야훼의 부르심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사무엘은 야훼의 부르심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승 엘리에게 간다. 그것은 "야훼께서 말씀으로 사무엘에게 나타나신 적이 없으셨고 사무엘은 아직 야훼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3, 7).
이는 사무엘이 엘리로부터 야훼가 어떤 분이라는 것을 수없이 들어 지식은 있었지만 아직 야훼께 대한 산(生) 체험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출현이 손에 잡힐 듯이 구체적이다(10~14절). 이는 하느님 계시의 현실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렇게 사무엘은 하느님과 직접적인 만남을 체험했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서서히 배워간다.
『야훼여 말씀하소서. 종이 듣고 있나이다』는 바로 자신을 비운 자세로 하느님의 앞에 귀 기울이는 자세이다.
여기서 「듣다(shama)」는 인간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경청이며 이것이 곧 하느님이 말씀하시도록 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이다.
엘리의 인간성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사무엘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며 하느님의 사람으로 키운다. 사무엘이 하느님께서 선택한 사람임을 알고 그는 하느님의 일에 적극 협조한다.
질투심과 경쟁의식이 전혀 없는 엘리의 자기 헌신, 그리고 자신의 멸망 예언을 들으면서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엘리의 신앙심과 엘리가 지녔던 하느님 중심적인 신앙생활을 우리는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