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잠언 9,1∼6 (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 내가 빚은 술을 받아 마시지 않겠소?)
제2독서 에페 5,15∼20 (여러분은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 되십시오)
복 음 요한 6,51∼58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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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에서는 지혜가 새 집을 짓고 잔칫상을 걸게 차려서는 어리석은 자들을 초대합니다. 여기서 지혜는 하느님을 인격화시킨 상징이며 일곱 기둥을 세운 집은 하느님의 성전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훌륭한 자리에 속없는 사람들을 초대해서는 거저 먹고 마시도록 사랑을 베풉니다.
"와서 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 내가 빚은 술을 마셔라." 이 말씀은 보통 고마운 말씀이 아닙니다. 지혜는 사실 그 잔치에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닙니다. 소를 잡고 포도주를 빚었습니다. 최고 의 음식을 장만합니다. 그리고는 공짜로 먹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초대의 깊은 의미입니다.
"복되게 살려거든 철없는 짓을 버리고 슬기로운 길에 나서라." 좋은 음식을 무료로 하느님 전에서 먹되 다만 그 음식을 먹고는 행실을 바르게 고쳐 새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에 그 훌륭한 음식을 먹고도 삶이 개선되지 않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그는 하느님과 그 음식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과연 어리석은 사람입니까. 철없고 속없는 어리석은 자는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미련한 자들입니다. 세상 똑똑한 척하지만 참 지혜를 모르는 사람, 없어질 것에는 죽자사자 붙잡고 매달리면서도 영원한 것은 쉽게 내버리는 사람, 참 평화를 외면하고 오로지 거짓 평화에만 푹 빠져 있는 사람, 객관적인 진리를 외면하고 자기 편견만 고집하는 사람, 남이야 어찌 됐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 진실이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들 삶 속에서 닫혀진 사람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따라서 오늘 지혜는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는 사실 거저 초대받고 있습니다. 자격도 없는 인생들이 하느님 대전의 훌륭한 잔치에 초대받았습니다. 음식은 바로 하느님 자신입니다. 하느님 집에서 하느님을 먹습니다. 완전히 무룝니다. 그 말씀이 오늘 복음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미사는 바로 하느님께서 초대하시는 천상의 잔치에 비유됩니다. 초대하는 주인은 예수님이요 음식은 예수님의 살과 핍니다.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도 없으며 그보다 더 귀한 음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그냥 무료로 하느님 대전에서 먹습니다. 참으로 행운아들입니다.
도대체 우리가 뭐 잘났다고 그분의 초대를 받아 그분의 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잘난 것이 없습니다. 있다면 못난 것뿐이요 더 있다면 죄악들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셔서 당신 자신을 음식으로 내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실을 바르게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보답하는 길이요 감사하는 길입니다.
언젠가 미사 중에 성체를 나눠 주는데 한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왔다가는 자기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안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드니까 굉장히 서운한 표정 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나자 그 꼬마가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가져오더니만 성체를 달라는 것입니다.
팔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귀엽게 보였습니다.
그때 꼬마에게 그랬습니다. 그 떡은 예수님인데 예수님을 모시려면 기도도 해야 하고 또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자 꼬마가 말하기를 자기는 주의 기도도 할 수 있고 그리고 엄마 말도 잘 듣는다고 했습니다. 좌우간 그날 그 꼬마를 달래느라고 진땀을 뺐는데 그 과정에서 내 자신에게 반성되는 바가 컸습니다.
나는 사제로서 과연 저 어린이만큼 성체를 모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저 꼬마처럼 내가 성체를 모시기 위해 애타게 갈구하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냥 의무적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별 감사의 뜻 없이 성체를 모신 것이 부지기수 였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죄도 그런 죄가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을 먹으면서도 고마운 줄을 모르니 그보다 더 어리석은 것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모두 죄인들이요 비천한 존재들이며 어리석은 백성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초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가공스러운 일은, 그 귀한 성체를 기다림없이, 고마움없이, 그리고 행실의 개선이 없이 그냥 먹고 모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체에 대한 깊은 의미를 새롭게 은혜와 축복으로써 간직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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