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동원하여 지구의 마지막 날을 그려보자. 서기 2030년 9월 26일 각종 언론 매체들은 앞으로 약 24시간 후면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예정임을 절망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지상을 떠난 소수의 사람들과 각종 비행기를 예약한 힘있는 사람들의 대열에서 제외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떠한가? 자포자기한 사람들, 술에 취한 사람들, 애인과 함께 밤을 지새는 사람들, 교회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지하 광장으로 몸을 숨기는 사람들 등등으로 지구촌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제 한가지 질문을 해보자. 지구의 종말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대한 인류의 문화 유산들, 각종의 건축물들, 핵무기들, 금은 보석들, 보증 수표나 유가증권들, 음식과 술, 미녀들, 박사학위 증명서, 각종 보약들, 화장지, 향수, 노래방, 영화관, 은행, 컴퓨터, 핸드폰, 아름다운 경치들도 24시간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인류를 파멸에서 구해낼 수 있는 그 무엇일 뿐이다. 만일 우리가 절망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절망 자체일 뿐이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미래는 캄캄한 어두움일 뿐이다. 그러나 절망의 어두움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개미 한 마리가 감옥으로 들어와 자유로이 기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명과 자유를 발견한 그 선사는 편히 잠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의 복음은 인류의 종말에 대하여 묵상해 볼 것을 초대한다. 세상의 종말에 대하여 상상하거나 묵상하자면 절망감이나 두려움에 빠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 때 어떻게 항변할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주겠다. ….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이 말씀을 달리 표현한다면, 「혹시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겁내지 말고 오히려 나를 믿고 자신있고 당당하게 대처하라」 그 어떠한 세력도 하느님의 권능을 이길 수는 없다. 만일 우리가 주 예수님의 신앙 안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하나가 된다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
온 세상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박해를 한다고 할지라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그 어떠한 세력이 내가 갈 길을 방해하고 막아선다고 할지라도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오늘도 내일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날이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분께 대한 신뢰감인 것처럼 오늘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개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주님만이 주시는 신앙과 자신감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실직하신 분들, 마음의 상처로 어두움에서 헤매시는 분들, 부도가 나서 고생하시는 분들, 원하는 일에 실패하신 분들, 남들로부터 미움과 손가락질을 받는 분들이여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설령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희망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에게로 오세요.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