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사 42,1∼4.6∼7 (여기에 내 마음에 드는 나의 종이 있다)
제2독서 사도 10,34∼38 (하느님께서는 그분에게 성령을 부어 주셨습니다)
복 음 마르 1,7b∼11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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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연중 제 1주일을 '주의 세례 축일'로 정하여 사생활에서 공생활로 건너 가시는 주님의 새 이정표를 묵상하며 또한 우리 자신 의 세례를 상기함으로써 신앙을 통해서 우리가 변화된 모습을 재음 미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긴다는 것은 새해를 첫 출발하는 우리의 삶의 자세에 큰 격려요 용기가 됩니다.
예수님께선 대략 30년 동안 나자렛에 머물러 계셨던 것으로 짐 작합니다. 그때까지의 주님의 생활에 대해선 성서에 잘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12살 때에 예루살렘에 다녀오신 사건만이 그 전부 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이전 행적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다 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집에서 부모를 돕고 자기 일에 충실했으리라 는 짐작입니다. 다만 요셉의 이름이 일찍 자취를 감춘 것을 볼 때 홀어머니와 함께 사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 서른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 합니다. 우리가 추측하는 마리아는 아마 14,5세에 약혼을 하여 그 이듬 해에 결혼을 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예수님이 나이 서른이 되도록 그 삶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그분이 때를 기다리셨다는 뜻이 됩니다. 큰 일을 하시기에는 어떤 여건이 필요합 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뛰쳐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성부도 성자도 함께 기다리셨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때가 왔고 소식이 들렸습니다. 남쪽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세례를 준다는 소문을 날마다 듣 게 됩니다. 그것은 굉장한 뉴스요 사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요한이 메시아라고 하며 사람들 둘만 모이면 예언자의 말과 요한의 행적에 대해 말하면서 요한에게 희망을 겁니다. 말하자면 요한은 삽시간에 전국의 화제 인물이 되며 드디어 올 사람이 왔다는 것을 누구나 깨 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때 나자렛의 후미진 목공소에서 요한의 소식을 듣고 '자신의 때'를 확신하는 예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이 었습니까? 이제는 나자렛을 떠나는 시기요 이제는 모친 마리아와 이별하는 시기며 또한 이제는 악의 세력에 들어가서 그 모순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회개하라.'고 외치는 소리는 다시 말해 예수님보고 어서 나오시라는 외침이었던 것입니 다. 그리고 예수님은 지금이 바로 당신께서 나가셔야 할 때라는 것 을 확신하게 됩니다.
주님의 세례는 그래서 예수님의 사(私)생활과 공(公)생활의 분 기점이 됩니다. 당신의 세례를 통해서 공생활로 들어가시기 때문에 세례 이전을 사생활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실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으신 분입니다. 그러나 태어나실 때부터 유대의 법 을 지키셨듯이 스스로 낮춰서 세례를 받으시며 강물 속으로 잠기십 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때를 대신 벗기시는 장면입니다. 이것을 보시고 성부께서 아주 기뻐하십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뜻이라면 물 속이 아니라 죽음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는 자녀가 바로 아버지의 맘에 들고 사랑받는 아들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순명하셨으며 세례를 통해서 자신의 생 애가 변화됨을 체험하셨습니다. 이제는 사인이 아니라 공인이었으며 나와 내 가정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모든 백성이 그 활동 대상이었 습니다. 드디어 예수님은 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장엄하게 내디디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우리 자신도 어떻게 변화되어 새 출발을 하게 되었는지를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그것은 실로 새로운 탄생이었으며 장엄한 축복이었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라는 목소리는 예수님만 경험하신 것이 아닙니 다. 우리 모두가 실제로 체험했던 은총의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실 얼마나 뜨거운 감동으로 그날을 맞이했습니까? 그러나 우리 중의 많은 사람은 또 그날의 감격을 쉽게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1독서에 보면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 버리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나 옵니다. 야훼께서 사랑하시는 종이 오면 세상이 그처럼 바른 질서 안에 새 희망이 있음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주님 의 이름으로 세례받은 그 축복에 우리의 미래가 있고 구원이 있으며 마지막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새해가 이미 밝았는데도 여전히 어둡고 음침한 과거에 묶여 방 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권고합니다. 새롭게 일어 서십시오. 그리고 다시 시작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지켜 주 실 것이며 예수님께서 여러분의 손을 직접 잡아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이요 그분 마음에 드시는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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