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3월 11일 바티칸의 자신의 서재에서 모하마드 하타미(56) 이란 대통령의 방문을 받고 25분간 가톨릭과 이슬람 문명간의 대립 종식과 화해 방안을 논의했다.
각각 신자 10억으로 추산되는 가톨릭과 이슬람교 최고 지도자의 이러한 대좌는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들과 이슬람이 지배하는 중동이 십자군 전쟁을 치룬 후 900년만에 단절의 역사를 이으려는 역사적인 만남이다. 교황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만남을 '중요하고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회담장을 나왔다'며 "이 희망은 유일신교, 윤리와 도덕, 그리고 평화와 화해가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피렌체 교외 피에솔레의 유럽대학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종교들간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선언했으며 교황도 이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다른 종교들 간에는 공통적인 바탕이 존재한다고 화답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3월 9일부터 이탈리아를 방문했는데 이는 79년 회교혁명 후 이란 지도자로서는 최초의 서방 방문이었다.
교황은 하타미 대통령을 맞아 영어로 '환영한다'고 말하며 따뜻하게 맞고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 초상화를 선물했으며, 하타미는 답례로 페르시아 양탄자와 시집을 선사했다. 한편 하타미 대통령은 교황을 만난 후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을 따로 만나 중동 평화협상, 가톨릭-이슬람 관계, 종교간 대화 등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타미 대통령은 종교학자로서 55개국으로 이뤄진 회교회의 기구의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97년 대통령에 선출된 후 근본주의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대서방 접근 정책으로 선회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가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해왔다.
이란에는 현재 12만명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있고 그중 1만 3000여명이 가톨릭이다. 이란은 지난 1980년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시설들을 국유화하고 75명의 선교사들을 추방했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는 하지만 교회의 활동들은 매우 주의깊게 감시되고 있으며 출판도 금지되고 여러 가지 많은 활동들이 제한되고 있다.
◆ 교황-하타미 대통령 만남의 의미
십자군전쟁 후 9백년만의 대화
「문명의 만남」언론들 관심집중
교황청 30여년간 대화노력 결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세계 언론은 「문명의 만남」또는 「문명의 대화」라고 불렀다. 오래전부터 서구 그리스도교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의 필연적인 대결을 예언한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 충돌론」은 일단 이번 만남으로 인해 빗나간 것 같다.
이번 만남은 가톨릭교회가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슬람과의 충돌을 피하고 가교를 건설하려 한 노력의 결실이자 양 문명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교황의 이번 만남을 통해 아시아 등 이슬람과 스리스도교의 갈등이 상존하는 전세계 이슬람 지역으로 화해의 손을 내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교황은 이 만남을 『중요하고 고무적』이라고 평했고 하타미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대통령도 종교간 화해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실제로 지난 30여년간 이슬람권과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것들은 매우 특수한 경우들이었고 번번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받아왔다.
하타미 대통령의 교황과의 만남은 그가 갖고 있는 비중과 영향력에서 볼 때 이전의 대화들과는 다르다.
물론 하타미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결정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에 별도의 종교 및 헌법상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있고 이슬람권에서도 그는 소수파인 시아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 국가인 이란 대통령이고 자신이 최고위급 이슬람 성직자이다. 또 이란 고위 성직자 54인으로 구성된 전국 이슬람 지도자 회의도 그의 교황 예방을 추인했으므로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과 만남에서 이슬람을 살당한 정도로 대표하고 있다.
따라서 교황과 하타미 대통령의 만남은 가톨릭과 이슬람 문명의 대화에 하나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양 문명의 화해와 만남은 길이 멀다. 미국은 이란이 테러를 지원하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반대로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권은 서방에 대해 억압과 착취로 자신들을 지배하려는 세력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하타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이러한 상호불신과 해묵은 오해를 씻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고 78년 선출 이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해온 교황과 함께 기도함으로써 그같은 노력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인 듯 하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