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13일간의 고국 방문 일정 내내 지친 기색없이 강행 중이다. 5일 폴란드 그다니스크에 도착한 교황은 9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오전과 오후 종일 미사와 강연, 종교와 사회 문화계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 방문 두 번째 주를 맞은 교황 순방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교황은 13일 20년전 「공산주의에 대한 성전(聖戰)」을 선포했던 바르샤바의 옛 승리광장에서 100만명의 폴란드인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이 폴란드인의 기원에 응답했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첫 고국 방문에서 이곳 승리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하느님, 폴란드의 모습을 돌려주소서』라고 기원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의 이러한 발언은 공산주의 탄압에 대항하는 슬로건이 되어 10년 후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연대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 교황은 12일 오전 8시(현지 시간) 바르샤바에서 미사를 집전하러 가다가 넘어져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에 3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교황은 이날 부상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반창고를 붙이고 미사를 집전, 35만여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편의와 안락을 위해 낙태, 안락사가 자행되고 있다』고 개탄하고 『과학과 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 교황은 11일에는 폴란드 상하 양원 합동의회에서 연설, 『유럽이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며 유럽 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유럽은 소비주의적 생활양식에 무비판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면서 『유럽이 새로 단결하려면 유럽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 각국 전통을 기억하면서 한때 유럽의 바탕이었던 정신적 가치의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를 점령 중이던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태인들을 기리기 위한 대량 학살 추모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도회를 가졌다.
▨ 방문 3일째인 7일에는 16세기 폴란드 천문학자인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인 토루니를 방문,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과거 교회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부정한 것은 잘못이었다』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뛰어난 업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앞서 지난 92년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따른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비난한 것이 잘못됐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마련된 이날 강연에서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과학의 진보로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거대한 문명 앞에서 경이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특히 생명복제연구와 관련해 『현대과학이 자연의 법칙에까지 개입하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면서 『과학자들의 임무는 인류가 직면한 회의론, 불가지론, 상대주의, 허무주의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토루니 방문에 앞서 기독교 2000년 기념 대성당 건축공사가 한창인 리헨을 방문, 빗속에 모여든 20만 인파를 향해 "유다인학살, 세계대전 등 절망으로 얼룩진 20세기 역사를 통해 희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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