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온갖 정치적 난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스라엘과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방문을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최근 서한을 통해 밝혔다.
교황은 6월 29일 「구원의 역사와 관련된 성지 순례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17쪽 분량의 서한을 발표해 2000년 대희년을 맞아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가 담겨 있는 중동지역의 성지순례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꼭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교황은 서한에서 아브라함과 모세, 성모 마리아,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오로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성지들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교황이 서한에서 방문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한 곳은 이라크의 고대 도시인 우르와 이집트 시나이산, 이스라엘의 나자렛과 예루살렘, 베들레헴과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그리고 그리스의 아테네 등이다. 교황은 특히 자신의 성지 방문에 대해 『본질적으로나 그 목적으로나 이는 순수한 종교적 순례일 뿐』이라며 『만약 누군가 이 방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는 슬픈 일』이라고 말해 엄격한 의미의 종교적이고 영적인 목적을 띤 것임을 강조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이 모든 성지들을 모두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아브라함의 고향인 우르와 시나이의 성 카트린느 성당, 그리고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만은 반드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이를 위해 두 차례의 순방 일정이 고려되는 것으로 말했는데 하나는 11월경 이라크, 그리고 두 번째는 2000년 3월 내지 4월에 이스라엘과 베들레헴 방문이다.
교황은 이어 『이전의 어떤 순방보다 성지 방문은 고대해 오던 것』이라며 이 순방이 이뤄지면 이는 그리스도교 모든 교회와 공동체의 일치를 위한 기도의 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한데 모여 우리들의 일치를 확인하고 완전한 일치를 회복하기 위해 서로를 위해 애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지난 1965년 폴란드 크라코프 대교구의 대주교로 있던 때 성지를 방문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아들이 지상에 내려와 살았던 그 지역의 땅과 돌, 언덕과 물을 따라 순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5년전 처음으로 중동 지역 방문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시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현지 지역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다만 지난 97년 짧은 기간 동안 레바논 방문이 성사됐을 뿐이다.
■ 중동방문 의미·전망
94년 이후 6년만에 성사
“정치적 해석 부인” 불구
미 등 정치적 파장 우려
교황은 성지 방문이 전적으로 종교적인 것으로 일체의 정치적 해석을 부인했다. 하지만 중동지역의 특성상 교황의 뜻에 상관없이 국제 정치적인 해석이 필연적으로 잇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전쟁과 내전, 종교 자유의 억압 등으로 오랫동안 교황의 방문이 실현되지 못했다 97년 레바논 방문 역시 계속된 폭력 사태로 3년간 연기 끝에 이뤄진 것이다.
교황의 방문이 갖는 사목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교황은 국가 수반이며 국제적으로 도덕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에 교황이 가는 곳, 하는 말, 만나는 사람들 하나 하나까지 모두 정치적인 해석이 따르게 마련이다.
바티칸시국의 수반으로서 교황은 이라크 방문할 경우 사담 후세인을 만날 것이 거의 확실하고, 이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외교적 제재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는 교황 방문이 이라크에 주게 될 긍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교황청에 후세인과의 만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교황청과 이스라엘간의 기본조약이 맺어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중동평화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교황의 성지 방문 가능성은 점점 더 놓아져 왔다.
바티칸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관리 보아즈 모다이는 『우리는 지난 94년 이래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외교적 관계 수립과 교황청이 이스라엘을 명백하게 인정해 줄 것을 교황 방문 전의 조건으로 희망해왔다.
이스라엘 주재 교황대사 피에트로 삼비 대주교는 바티칸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교황 방문의종교적 특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정이 결정적으로 실시될 때 비로소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상황 속에서는 교황 방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이 불가피하가는 것이다.
■ 교황의 방문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강력하게 방문의사를 표시한 지역 중 첫 번째는 「우르」이다. 이곳은 현재 이라크의남부지역 텔 엘무콰야르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두번째 방문 예정지는 시나이산이다. 이곳에서 모세는 노예상태에서 자신의 백성을 이끌어내도록 불리웠고 십계명을 받았다.
교황은 아브라함, 모세와 관련된 성지를 방문함으로써 가톨릭교회가 유대인들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의식을 표시하고자 한다.
교황은 『대희년은 그리스도인들과 유대인들간의 그토록 오랫동안 있어온 증오와 몰이해를 제거하고 하나로 일치시키는 유대의 끈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이 지역에서 이슬람교인들을 만나 『상호 이해와 존경, 그리고 협력의 정신을 회복하기를 원한다』도 말했다.
교황의 세번째 방문 지역은 예수의 강생과 탄생,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흔적이 담겨 있는 지역으로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이다.
교황은 예루살렘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을 거행한 다락방을 방문할 것』이라며 또 다마스커스를 방문해 사도 바오로의 회개를 묵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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