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미가 5,1∼4a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나리라)
제2독서 히브 10,5∼10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왔습니다)
복 음 루가 1,39∼45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성서는 하나의 약속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에게 들려 주 시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 말씀을 믿는 것은 그분 의 약속이 믿음직스럽고 또한 그 약속이 우리의 생애에서 분명히 드 러나고 실현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하느님의 약 속이라면 신앙은 그 약속을 믿겠다는 다른 하나의 약속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하느님의 약속이 펼쳐집니다.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것없으나 나 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보잘것없는 마을 베들레헴에서 수백 년 동안 기다 려 온 메시아께서 나실 것이라는 내용이 오늘 야훼의 말씀이요 약속 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그대로 성취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참고 기 다리면서 그분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복된 자가 되지만 약속을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자는 축복에서 제외가 됩니다. 그러나 그분의 약속은 항상 일방적이기 때문에 우리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 입니다. 우리와 협의해서 맺어진 약속이 아니고 그분 스스로 정해서 그분 뜻대로 하시는 약속이기 때문에 인간편에서는 항상 주저와 의 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첫번 약속을 하셨습 니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 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말아라. 그 것을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2,16.17).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지 않고 지키지 않았 습니다. 오히려 열매를 따 먹으면 하느님처럼 된다는 마귀의 거짓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났으며 인류 불행의 근원이 되 었습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약속이 인간을 불행으로 만든 것이 아닙 니다. 그분의 약속은 축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러나 믿지 않으면 그 대가로 불행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약속을 믿고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그 약속의 내용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는 믿을 수도 없고 지킬 수 도 없습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또 거짓이 판을 칩니다. 그리고 믿 었기에 손해보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은 그 렇지 않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도 믿으면 믿음의 대가와 보상이 주어 집니다. 이것이 믿음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믿기 위해서는 많은 시 련을 겪어야 합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환웅천왕이 곰과 호랑이에게 한 약속이 나옵니 다. 옛날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 세상에 살기를 원하여 천 부인 세 개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봉우리에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다스렸습니다. 그때 한 마리의 곰과 또 한 마리의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천왕께 빌어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이에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너 희가 이것을 먹으며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리라." 고 했는데 곰은 그 약속을 믿고 지켰기에 사람이 되어 단군 임금의 어머니가 되었으나 호랑이는 믿지 않고 지키지 않았기에 사람이 되 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내용이 우리의 성서 내용과도 일 치합니다.
마리아는 믿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믿은 하느님의 약속이란 너무도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우 선 처녀로서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곧 대중 앞에서 돌로 쳐맞아 죽어야 하는 큰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관습으로는 약혼자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리아는 믿었습니다. 자기 생애에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 온다 해도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일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은 무조건 믿어야 합니다. 그것을 믿는 데에는 여 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그러나 믿는 이에게만 당신을 드러 내시며 믿지 않는 이에게는 당신을 감추시는 것이 약속이 지니는 양 면성입니다. 보잘것없는 고을 베들레헴에서 구세주께서 나셨듯이 보 잘것없는 인생에게서 오늘도 구세주는 탄생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지금 주님을 기다리는 목적은 주님이 먼저 우리를 기다 리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우리 안에서 탄생하시어 머물기를 원하 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 님은 그에 상관치 않고 그냥 우리와 함께 동행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형편이 고달플수록 주님은 더 간절하게 우리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는 큰 은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기다리는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우리의 생애를 참으로 빛나게 해 줍니다. 주님의 약속을 믿 고 기다립시다. 그러면 우리도 마리아처럼 복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