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되는 가톨릭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 실린 어느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심 깊은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열심히 성당 활동을 하다가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위기가 닥쳐온 때는 미국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월남전쟁 반대 시위가 격화된 상황이었다. 그 당시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반전 시위를 하던 중에 세 명의 대학생들이 경찰이 발사한 총에 의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충격을 받고 분노한 그 신학생은 자신의 신앙을 버리고 신학교와 교회를 떠나서 반전운동에 가담하게 된다. 그의 가족들은 갑자기 교회를 비판하고 신앙에 대하여 적개심마저 품게 된 것에 대하여 경악하였지만, 그는 점점 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다.
그 젊은이가 22살이 되던 해 1970년 성주간 금요일에 차를 몰고 어느 성당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는 한 때 자신이 존경했던 신부님께서 그 날의 전례를 담당하신다는 게시판을 보았다. 문득 마음이 움직여서 차를 세우고 성당 안에 들어가 맨 뒷자리에 앉았다. 마침 성금요일 전례의 핵심 부분인 십자가 경배예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젊은이에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젊은이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체험을 고백했다. 『뭔가 마음을 강하게 때리고, 저는 그냥 울기 시작했습니다. 격한 감정을 억제하고 몇 년 전에 교회 안에서 느꼈던 평화가 다시금 찾아왔습니다. 이 순간 저는 단순한 신앙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십자가에 다가가서 그분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저를 알아보시고는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바로 그날 저는 새 신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오늘의 복음을 읽어보자.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처참한 죽음을 당하시고 있다. 좌우로 두 사람의 죄수들이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데 한 사람은 예수님을 비웃으면서,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 보시오!』 하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죄수는 말한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으로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예수님 옆에 달린 죄인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조롱하면서 눈 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죄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예수님을 왕으로 알아보는 죄인을 선택할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는 눈앞에 보이는 왕들이 너무나도 많다. 돈이 많은 사람, 권세가 있는 사람, 나의 상사, 대통령 등은 내가 눈치를 보아야 하고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진정한 왕은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머리 숙여 경배할 분은 오로지 예수님 뿐이다. 왜 그런가?
예수님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하여 가장 처참하게 십자가에서 자기 자신을 내 놓으신다. 그분의 가난함과 가 없으신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으로 사랑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신다.
평생동안 범죄의 소굴에서 살았던 죄수가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 왕으로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기억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며 동시에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목숨마저 구할 수 없고, 처참하게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는 예수님에게서 무슨 희망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오늘도 계속된다. 어찌하여 모든 것을 믿지 못하던 타락한 신학생 출신의 젊은이가 그 분 앞에 무릎을 꿇었는가?
예수님의 답변은 이러하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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