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쯤에 미국의 보스턴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나에게 여동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의 내용들은 매우 아름답고 영적이었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빠! 얼마 전에 우리 둘째 아이 용수가 손을 다쳤어요. 그래서 저의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새삼 오빠가 손을 다쳤을 때에 엄마께서 얼마나 힘드셨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엄마의 크신 사랑을 더욱 깨닫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저도 용수를 더 잘 키우려고 매일 그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어요
나는 이 아름다운 편지를 읽으면서 내 동생 벨라뎃따가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경제학을 깨우쳐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음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성서와 그분의 구원 경제학을 묵상하고 연구하다보면 하느님은 이 세상을 한꺼번에 완성하실 계획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인간들을 당신 구원 경영의 동반자로 초대하시고 서서히 세상구원을 완성하시려는 그분의 거룩한 구원 의지를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의 가장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는 바로 성모 마리아님이시다.
곧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는 성교회는 그 동안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서 성모마리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경륜에 대하여 깨우친 바가 크게 4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이고, 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동정으로 잉태하심이며, 셋은 성모님의 영혼과 육신의 승천이며, 넷은 성모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올림을 받으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구원 의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전적으로 협력하셨기 때문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모님은 당신의 일생을 통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무엇보다도 기도를 통하여 깨닫고 협력하셨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자. 성모님께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믿기 어려운 성령으로 인한 잉태 소식을 전해 듣고 기도로 응답한다. 그녀의 응답은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맡기는 기도였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가 1장 38절)
마리아께서 사촌 엘리사벳의 문안 인사를 받고서 보인 반응도 역시 감사와 찬미의 기도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이 설레입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루가 1장 46-48절)
베들레헴의 마구간에 목동들이 주님의 탄생을 경배하러 왔을 때 마리아의 반응은 역시 기도였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루가 2장 19절) 마리아의 이러한 기도는 예수님을 잃고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삼일만에 찾았을 때도 계속된다.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할 줄을 모르셨습니까? (루가 2장 49절) 마리아의 이러한 관상적 기도를 루가 복음 사가는, 그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2장51절) 라고 전한다.
이러한 예들은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인 구원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협력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2천년 대희년을 1년 안에 맞이하는 새해의 첫날에 우리는 다음의 사실들을 묵상 해보자.
▷하느님께 나를 이 세상에 부르셔서 사람이 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한한 자유와 지성과 감성을 부여하셨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여러 가지 재능들을 주셨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친구들을 보내 주셨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신앙을 주셔서 당신을 깨닫고 찬미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이 모든 하느님의 선물들은 결국 우리가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은총에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서 그 값어치가 결정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자. 성모 어머님! 저희 모두를 위하여빌어주소서. 아멘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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