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에 함께 사시는 선배 신부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흥미 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다. 하와이 섬에는 거대한 동물원이 있는데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다양한 우리 안에서 관람객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우리의 문은 열려 있고 그 속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다. 거울에 작은 글씨로 "밑구멍을 닦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적혀있다.
용변 후에 화장지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인간(영장류)만이 과식을 하기 때문이란다. 과도한 식사는 단순히 음식물(식량)의 낭비이고 건강을 해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과식이 탐욕의 원인이며 결과라는 점이다. 인간의 끊임 없는 탐욕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류의 조상들의 첫 범죄행위의 원인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누리던 아담과 하와가 단지 하나의 금기였던 지선악과를 탈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 탐욕의 뿌리를 엿볼 수 있다.
인간들의 탐욕은 급기야 지구촌 생명체의 거의 반에 해당하는 종(種)을 멸종시켰으며, 인간끼리의 불필요한 경쟁과 다툼으로 현재 인류의 30%는 굶주리고, 그 중의 30%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강간, 낙태, 마약, 아동 학대, 살인과 각종 폭력으로 매년 1억 명 이상의 지구인들이 희생당하고 있으며, 가정은 파괴되고 낙태는 당연시되고, 부정과 부패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죄와 악으로 물든 이 세상에서 "지구여 멈춰라. 차라리 이 더러운 지구를 떠나겠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더욱 한심스러운 현상은 이토록 심각한 죄악에 대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감각할뿐더러 죄악 자체를 무시하거나 외면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과장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훔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장시간 빌리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간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시간을 낭비하거나 추월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태아를 살인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임신을 끝내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의 잘못과 죄악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것은 인류를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자 인간이 되시고 십자가상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일에 우리가 죄가 없고, 그래서 그분의 용서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면 예수님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죄를 슬픔과 후회 속에서 인정할 수 없다면 그는 그리스도의 구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초점은 우리의 죄가 아니라 우리를 용서하시고 죄에서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시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초점도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인 예수님이다. 최악의 악마는 단순히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최악은 죄를 짓고 그 죄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인들이란 죄를 전혀 짓지 않는 분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작은 죄까지도 더욱 민감하고 깊게 깨닫고 통회하는 분들을 말한다. 요한 복음사가는 강하게 말한다. "만일 우리가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며 그분의 말씀을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 (요한 1서 1장 10절)"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여러분들은 전혀 죄를 짓지 않을 만큼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죄를 지었을 때 오히려 겸손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죄를 자비로이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오십시오. 아버지는 사랑이십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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