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인 가리옷 사람 유다가 대사제들과 모의하여 은전 서른 닢에 스승을 팔아 넘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여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신 예수님의 무덤을 경비병들이 지키는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는 주의 수난기를 묵상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감동적이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 안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리옷 사람 유다 : 그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전형이다. 사제들과 원로들 : 이들은 당시에 누리던 기득권과 권위를 지키려고 의로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베드로와 제자들 :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로서 나름대로 스승을 따르려고 애쓰지만 결국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한다. 그제야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고 몹시 운다. 나머지 제자들은 예수님이 잡히시자 도망 가버린다. 총독 빌라도 : 그는 전형적인 관료이자 정치꾼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름대로 양심은 살아있지만, 의인을 살리기 위하여 정치적인 불이익을 감수할 마음은 없다. 단지 자신의 손을 씻고 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빌라도의 아내는 꿈자리 이야기를 하며 남편에게 충고한다.
군중들 : 예수님의 기적을 믿고 따랐으며, 자기들의 왕으로까지 모시려했던 사람들이건만, 권력과 무력 앞에서 순응하시는 예수에게서 분노와 좌절한 나머지 강도 바라빠 대신 예수를 죽이라고 외친다. 이들은 자기 기만에 빠진 군중의 우매함을 잘 들어내고 있다. 병사들 : 이들은 권력의 충복이면서도 예수님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비참한 죽음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잡수입(예수님의 옷)을 챙긴다. 여인들 : 이들은 예수님의 죽음 장면까지 따라와서 지켜본다. 많은 남성 제자들보다 더 의리 있고 용기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니던가!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 간교한 이들은 예수님의 명패에 대하여 시비를 걸고, 예수님이 사흘 후에 부활한다는 소문에 두려운 나머지 무덤을 단단히 지키도록 조처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종교적 음모를 끝까지 정당화하려 한다.
주 예수님 :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에 몸부림치신다. 결국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절규하신다. 오늘 우리가 묵상하려는 주의 수난기는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명백히 보여준다. 배신자 유다의 모습, 베드로의 모습,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모습, 총독 빌라도와 그의 아내의 모습, 군중들의 모습, 로마 병사들의 모습, 예수를 따르던 여인들의 모습 등을 통하여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과연 나는 어느 부류의 모습을 하고 있나? 내가 만일 예수님의 수난을 직접 목격했더라면 어떠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졌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인간의 모습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제기해보자. 더 중요한 점은 예수님의 참 모습에 관한 질문들이다. 예수님이 겪어야만 했던 인간의 처절하고, 비겁하고, 잔인하고, 더럽고, 치사하고, 외롭고, 차갑고, 냉정하고, 비열하고, 몸서리치고, 악독한 모습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을 통해 인간의 모든 죄악들을 철저하게 만나고, 체험하신다. 그 죄악들 때문에 예수님은 죽음과 절망의 심연을 처절하게 겪어야만했다. 그분은 이렇게 절규하신다.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제 죽음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하느님의 구원은 더 더욱 목마르고 애타게 기다려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희망과 절망의 모순을 넘어선 신앙적 희망의 기도를 드려야할 것이다. "주 하느님!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저희들이 부활의 희망을 희망하게 하소서"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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