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가장 무서운 절망은 삶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 했다. 즉 문화와 물질문명이 발달해서 의식주는 더 풍족해졌지만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잃어버려 육체적 쾌락과 술과 마약에 빠져 방황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유태인인 빅터 프랭클 부부는 2차대전때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 수감되어 죽음의 고통을 격게 된다. 그는 짐승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죽는게 더 낫다고 하는 생각도 여러 번 가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삶 어디에서도 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삶의 목적도 의미도 없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목표를 두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내를 다시 만나 못다한 사랑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아내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것이 숱한 괴로움과 슬픔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이미 죽고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처절한 삶의 질곡 속에서 영원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그는 다시금 삶의 목적과 존재 의미를 회복하게 되었다.
오늘날 그의 체험과 연구, 그리고 저서들은 많은 이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 있다. 루가 복음서는 부활의 기사를 세 번 알려준다. 맨처음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24, 13∼35), 그리고 베드로(24, 34)와 열 한 제자에게(24, 36∼49) 나타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루가는 그리스도의 부활 체험이 예루살렘에 집중되어 있다.
루가에게 있어서 예루살렘은 구원의 중심지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두 제자가 예루살렘을 떠나 삼십리 쯤 떨어진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존경하고 따랐던 스승 예수님의 죽음으로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서 예루살렘을 떠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즈음에 소문으로 전해 들은 예수님 부활 소식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다가갔지만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은 눈이 가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성서를 인용하시면서 당신 죽음의 참 뜻을 깨닫게 하셨다. 주님은 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빵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
그때 비로소 두 제자는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기쁨과 희망을 안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낙담과 절망 속에서 낙향하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다시 구원의 도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결정적인 계기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생은 하나의 긴 여행에 비유된다. 그 여행길은 때로는 실망과 실패 속에서, 때로는 희망과 기쁨 속에서 걷게 된다. 특히 우리는 삶의 목적과 희망을 잃었을 때 방황하게 된다. 여태껏 추구해온 인생의 목표가 한 번에 무너질 때 참담한 실패감은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동안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이 주님의 죽음 앞에서 느꼈던 실망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런 그들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상실된 삶의 목표와 의미를 다시 회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수없이 많은 갈등과 방황을 경험한다. 삶의 목표를 잃고 의미를 상실한 채 이리저리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때 그 모든 것을 다시 본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길은 성체성사 안에서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이기심, 인본주의, 욕심, 죄 등에 물들어 있을 때 눈이 가리워져 주님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주님을 찾아나서고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본래 우리의 모습과 자리로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예루살렘, 거기에 우리 삶의 목적과 의미도 함께 존재한다. 이번 한 주간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을 회복해야 하나, 어디로 나는 돌아가야 하는가를 묵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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