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세례 성사 전에 항상 예비자들이 까다로운 교리문답 시험을 거쳐야 했다. 시골 공소를 방문하신 주임신부가 한 예비자 할머니에게 교리에 관해 질문을 했다.
"하느님은 몇 분이십니까?"
"한 분이십니다"
사제는 삼위일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한분이신 하느님은 몇개의 위격입니까?"
한참 생각한 할머니는 거침없이,
"두 개의 위격입니다"
어이없어 하는 주임신부에게 할머니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제가 아주 어린 소녀 시절 성당에 갔었는데 그때 벽에 걸려 있는 성화를 봤거든요. 거기에 하느님의 그림이 있었는데 수염 달린 할아버지(성부)와 아주 젊은 청년의 예수님(성자)과 비둘기(성령)이었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성부)는 벌써 죽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벌써 이만큼 나이를 먹어서 죽을 때가 되었는데 살아있을리가 없죠』
신학교 때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우스갯소리이다.
삼위일체는 교회의 시닙로운 가르침
삼위일체의 교리는 온전히 인간의 머리로는 알아 들을 수 없는 교회의 신비로운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이론보다는 삶의 체험에 근거해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사랑의 관점에서 체험적으로 다가갈 때 미약하지만 삼위일체의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십자성호를 그으며 기도한다. 그런데 얼마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랑과 일치를 깨닫고 있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내적인 사랑과 생명이 우리 눈에 보일 수 있게 나타난 사건이 바로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신 것이다. 인간이 되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강생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 지 드러났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셨다" (요한 3, 16)
사도 요한이 말씀하신 대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I 요한 4,16). 그 하느님 사랑의 특징은 그분이 먼저 인간을 사랑하신 것이다. 더구나 하느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배신하여 생명을 잃어버린 죄 많은 인간을 위해 대신 죄 값을 치르도록 하셨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를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기 위해서이다.
하느님의 구원,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은 누구에게 이루어지는가?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외아들을 믿는 사람을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 즉 구원을 얻게 하셨다고 가르친다.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약속,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 믿음의 내용은 하느님의 사랑이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하느님은 심판과 처벌의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의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죄인인 나를 위해 피를 흘리시고 목숨을 바치셨다. 하느님의 구원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거나, 나의 선행이나 노력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즉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의 대가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성자 그리스도는 성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온전히 자신을 순명함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가능케 했다. 즉 그리스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하느님의 뜻을 따름으로써 하느님 사랑의 결실, 구원을 이루신 것이다.
삼위일체의 실천적 삶
우리는 그리스도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우리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며 사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과 일치, 봉사와 헌신의 삶을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가족들이 미움과 분열, 이기심에서 벗어나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하겠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결코 교리적이거나 이론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열심히 사랑하려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드러나고, 확인되는 하느님 사랑의 실체이다. 이웃을 사랑할 때 우리는 하느님 안에 머무르게 된다. 이웃을 위해 봉사할 때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게 한다. 이웃을 위해 나 자신을 아낌없이 봉헌할 때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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