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글을 시작하면서 등산가 이야기를 하였다. 성서에 대한 이해나 공부의 과정을 등산에 비유해도 좋겠고 또는 깊은 숲속에 있는 우물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등산이나 여행이 초행일 경우에는 대부분 안내를 받아야하는데 안내자의 설명이 너무 길고 지루하면 여행자들은 아예 설명을 안들어버린다. 어서 빨리 목적한 곳에 다다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성서 여행에 있어서 안내자의 설명이 길고 자세할 필요가 충분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렇게 해야 제대로 성서공부가 되겠지만 그것은 2차 3차 여행으로 미루기로 한다. 왜냐하면 성서에 대한 첫 번째 여행이 성공하면 다음번 여행은 스스로 안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여행은 성서에 대한 왕초보자들을 모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길고 수준있는 설명은 생략하려 한다.
하느님 전화번호를 기억해보자. 73-4627. 구약성서는 모두 46권. 그 안에는 모세오경(5권) 역사서(16권) 지혜문학서(7권) 예언서(18권)로 나뉘어 있다. 모세오경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로서 구약에서 이 다섯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약성서 27권 중의 4복음서가 갖는 비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세오경은 신약의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과 같은 (비교적)단일한 저술가의 작품이 아니다. 모세오경이 서술, 편찬되어 전해 내려오다가 최종적으로 편집되기까지는 600년이 걸렸으며 그동안 성서 저술에 활약한 학파가 여럿 있었다. 이름하여 야휘스트계(系), 엘로이스트계, 신명기계, 사제계 이렇게 네 학파의 이름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네 학파에 대한 설명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네 학파의 저술이 독립적으로 남아있지 않고 성서의 첫 다섯 권안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오경을 최종적으로 편집한 사제계 학자들이 내용별로 나누어 엮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세오경을 읽다보면 중복되는 대목, 앞뒤가 맞지 않거나 문체가 전혀 다른 부분도 있는데 그 이유가 서로 다른 학파의 저술들을 세상 창조에 관한 이야기, 성조들에 관한 이야기, 출애굽 역사에 관한 이야기, 율법에 관한 법령 등으로 나누고 역사적 시기별로 따로 따로 묶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생애에 관해서도 4권의 복음서가 각기 다른 입장과 안목에서 고유한 가치와 풍부함을 지니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증언하고 소개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복음서는 모세오경처럼 복음서 모두를 하나로 통합하는 편집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코 복음과 마태오 복음, 루가 복음, 요한 복음이 각각 전해주고자 하는 의도와 신학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면 성서 본문에 들어가기전의 입문과 안내는 이 정도로 마치고 창세기 첫 장을 열기로 한다. 물론 성서의 지리적 배경을 알고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알면 하느님 말씀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설명을 하다보면 지루해져서 아예 성서를 덮어버리고 공부를 중단해 버릴 분들이 많을 것 같기에 다음에 해도 되는 설명은 일단 접어두고 성서본문, 말씀 자체에 얼른 들어가기로 한다.
창세기
이른 그대로 세상 만물의 시작, 인류의 시작, 죄의 시작, 인류 구원의 시작 등 모든 것의 시작을 말해주는 책이다.
성서의 첫 장을 열면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조상인 히브리민족의 기원을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신화를 기억해 보자.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쑥과 마늘을 먹고 굴 속에서 100일을 지내야 했는데 호랑이가 뛰쳐나가고 더 오래 기다린 곰은 사람으로 환생하였다. 그 웅녀와 환웅(환인의 아들)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 바로 단군 왕검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의 시조의 시조는 곰이다. 반면 히브리민족은 자신의 조상을 하느님께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친히 빚어 만드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종교성에 있어서 민족적인 수준 차이라고 말해도 될런지? 히브리 백성은 과연 종교적으로 천재적인 민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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