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는 (1821∼1846) 하느님을 '임자'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하느님은 임자이기 때문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 세상에 난 보람이 없고, 그를 알고난 후에 배신하면 세상에 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신자들을 가르쳤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청도 솔뫼에서 태어나 1836년에는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 1845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에 입국해서 사목활동을 벌이다 관가에 잡혀 1846년 10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 했다.
김신부는 26세의 짧은 인생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민족의 구원을 위해서 모두 마쳤다. 그분의 순교적인 삶은 우리 모든 신앙인의 귀감이 된다. 김대건 신부는 40여 차례의 혹독한 문초를 받고서야 사형이 집행됐다. 김신부는 사형 당일, 두 손이 묶인 채 군중사이를 해치고 새남터로 끌려갔다. 사형 집행전 큰 소리로 마지막 설교를 했다고 한다. 『나의 마지막 때가 왔다. 나는 천주를 위해 죽습니다.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 행복을 찾으려면 천주를 믿으시오』 설교가 끝난 뒤 관리들은 김신부의 웃옷을 벗기고 두 귀에 화살을 꿰고 얼굴에는 물을 뿌리고 를 발랐다. 무릎을 꿇리고 밧줄로 머리칼을 동여메고 머리를 하늘로 향하게 했다. 그 때 김신부는 태연하게 『자 이렇게 하면 나의 목을 쉽게 자르겠느냐?』라고 했다. 12명의 휘광이가 칼을 내리쳐 여덟 번째 칼날에 김신부의 목이 떨어졌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던 기백과 용기는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신앙은 순교의 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 10, 22)라고 하시면서 신앙인은 박해를 당한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즉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박해를 각오해야 한다. 때로는 부모나 형제로부터 배척을 받고 친척이나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반대와 박해를 당할 수도 있다. 신앙생활이란 결코 쉽지 않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이미 박해와 고통을 각오한 삶인 것이다.
왜 신앙인은 박해를 당하는가?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진리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세상이 추구하는 행복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시다. 따라서 죄와 어둠의 세력은 빛을 거부하고 미워한다. 왜냐하면 어둠의 행위가 빛 안에서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세상 속에서 신앙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자체가 미움과 박해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순교자는 본래 증인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신앙의 삶 자체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이며 동시에 순교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순교적인 삶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오늘날에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옛날처럼 순교를 당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세속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은 어쩌면 매일같이 순교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주님을 따르는 삶 자체가 주님을 증거하는 것이기에 일상적인 신앙생활이 순교의 삶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 나 자신의 욕심과 생각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바로 훌륭한 순교이다.
순교의 생활은 철저히 십자가를 지는 생활로 희생과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생활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현대의 삶 속에서 충실하게 순교의 삶, 증거의 삶을 사는 것이 과거의 순교 못지않게 어렵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신 우리 선조들의 굳은 믿음을 본받아 우리도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따라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고, 승리와 영원한 행복이 보장된 길이기 때문이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하여 우리 한국의 순교성인들을 모두 하느님과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지켜 신앙을 증거하신 분들이다. 우리도 순교 성인들의 후예답게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신앙의 빛을 전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참 신앙인이 되도록 더 한층 노력해야 하겠다.
『순교자 김대건 사제와 한국의 순교성인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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