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찾아 출가해 20년 동안 은둔생활을 했던 클라우스 성인과 이보다 800년 먼저 태어나 동양에서 구도의 길을 걸었던 원효. 이 두 사람이 겪은 구도의 여정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다가가게 해주는 영성 서적이다.
스위스의 주보성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추앙받고 있는 클라우스 성인은 아내와 10명의 아이를 둔 가장이었으나 그리스도의 고난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가를 결심한다. 그러나 국경을 넘기 전에 한 농부의 권고에 따라 귀향하여 자기 집 근처에 은둔소를 짓고 20년간 단식하며 살았다. 이에 반해 원효는 진리를 얻고자 당나라로 가던 길에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고는 발길을 돌려 저잣거리로 들어가 중생 안에서 진리를 발견한다.
이들의 다르면서도 유사한 '속세를 떠나지 않은 구도의 삶' 즉 '성속 일치의 삶'은 사람을 위하여 강생하시고, 사람을 위하여 고난 받으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우리들 삶 한가운데서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문맹이었지만 하느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살았던 클라우스와 불교 사상의 큰 획을 그은 원효의 삶을 비교함으로써 하나의 진리를 향한 다양성 속의 일치를 보여준다.
저자 이제민신부는 두 성현의 삶과 영성을 통해 성속을 이분시켜 생각하는 한, 세상과 인간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지금까지 종종 신학적 이론적 측면에서만 이뤄졌던 종교간의 대화가 두 성현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클라우스의 부인 도로테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토마스 머튼, 백결과 강수 등 몇몇 사람들의 삶을 같은 맥락에서 흥미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클라우스의 고향을 두 번이나 방문, 사실 확인과 관련 그림을 입수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생활성서/220쪽/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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