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오늘은 성서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의미를 지닌 「시간」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도권과 교회의 삶을 가르치는 문헌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서 본문에서 「시간」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하나는 좥연대학상좦의 의미를 지닌 시간(그리스어로 크로노스: chronos)으로서 분, 시, 날, 주간, 달, 연, 세기, 천년기 등 시간적인 사실들이나 사건들의 순서와 연대를 의미한다. 이는 계산할 수 있는 척도로서의 시간이며 지속되는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전형적으로 그리스도교적인 것으로서 연대기적인 움직임 내에서 전개되지만 「구원적」(카이로스: kairos = 초자연적인 구원의 시간 혹은 순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지만, 회귀하는 시간이 아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구원 업적의 시간이 이 시간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기에 이 시간은 인간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좥하느님의 시간좦을 가리킨다. 왜냐하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육화된 영원한 말씀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연대기적인 시간은 「스스로 영원한 분이신 하느님의 차원」(제삼천년기 10항)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도께서 시간의 주님이시기에 「창조 때에 시작된 인간적인 시간」은 『하느님께서 육화 안에서 인류의 역사 속으로 내려오셨다는 바로 그 사실로써 충만에 이르렀다』(제삼천년기 9항). 『시간의 충만은 성부와 한 존재이신 성자 곧 말씀의 육화 신비, 그리고 세상 구속의 신비와 연계되어 있다』(제삼천년기 1항). 이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구원의 사건들(kairoi)에 의해 상호 의존하면서 연결된다.
2000년 전 나자렛 예수님이 탄생하시어 당신의 교회를 세우심으로써 「교회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이는 「주님의 날」(묵시 3,3)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재림(parusia)」하실 때에 당신께 저항하는 모든 세력을 물리치시고, 『모든 지배와 모든 권력과 모든 권세를 없애고 나서 그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실 것이다. 실상 하느님이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 아래 잡아놓으실 때까지 그리스도는 다스리셔야 한다』(1고린 15, 24~25). 이는 「시간의 종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無)」의 심연 안으로 떨어지는 종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복된 광채 속에 있게 될 종말이다. 그곳에서 하느님이시며 부활하신 주 그리스도께서는 빛나는 상급을 우리에게 주려 하셨으니, 지금 우리는 그 언약하신 바를 깨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대림 감사송 1 참조).
이와 같은 성서적 의미의 「시간」 개념은 교황님께서 「다가오는 제삼천년기」를 반포하시어 말씀하신 바를 충분히 이해하게 한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시간은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닙니다. 시간의 차원 안에 세상이 창조되었습니다. 이 안에서 구원의 역사가 전개되어 육화라는 「시간의 충만」에서 그 절정에 이르고, 시간의 끝에 오실 하느님 아들의 영광스러운 재림에서 그 목표에 이르게 됩니다. […]. 하느님께서 시간과 맺은 이 관계성으로부터 시간을 성화해야 하는 과업이 생겨납니다』(제삼천년기 10항).
교황님께서는 수세기에 걸쳐 메시아를 고대해 온 기다림이 예수님과 그분의 구원사명 안에서 「실현」되는 「오늘」(세메론: semeron)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역설하신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주님의 은총의 해」를 실현시키십니다. 그리고 「은총의 해」가 된 희년은 예수님의 모든 활동이 지닌 특성을 밝혀 주고 있습니다. 희년은 단지 때마다 돌아오는 주년의 반복이 아닙니다』(제삼천년기 11항).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저 「오늘」에는 예언자들이 예언한 모든 것과 「오늘」 예수님의 신비로운 행위로 백성 가운데 일어난 것(루가 5, 26 19, 9 참조), 그리고 교회가 「오늘」 민감하게 체험하는 것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나의 「오늘」은 은총의 시간이요 축복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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