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인류 최초의 죄를 짓도록 유혹한 뱀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에는 그 유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방향을 틀어버린 인간의 최초의 선택(자유행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에덴동산의 한 가운데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배치해 놓은 것은 선과 악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는 성서저자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그 열매를 딸 수도 있고 안딸 수도 있다는 것은 인간의 자유를 전제하고 있다.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느님도 참 얄궂으시지 사람한테 뭐하러 자유를 줘 가지고 이런 고생을 하게 한답니까? 자유가 없었으면 범죄도 없었을 것이고 에덴낙원에 그냥 머물러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것은 인형이나 로봇이지 한 인격으로서의 삶이 못된다. 나아가서 자유가 없다는 것은 노예의 삶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외침은 바로 나 자신의 절규이기도 할 것이다. 어쨋든 첫 인간은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자유를 행사하였다. 이 첫번째 잘못된 선택을 우리는 원죄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 그 자유행사가 어째서 그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가. 이 선택뒤에 있는 인간의 은밀한 욕망이 문제이다. 감히 넘볼 수 없는 하느님의 자리, 최고의 자리를 탐하는, 그리고 그것을, 하느님이 금하신 것을 어김으로써 쟁취하려 했던 것,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원죄는 인류의 모든 죄의 첫번째 죄악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지음받았으니 그 하느님을 섬기고 순종해야 할 인간이 오히려 하느님을 배신하고 신이 되고자 했던 첫번째 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노여워하시는 모든 죄 안에는 다 그런 요소들이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불행은 바로 인간으로서는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넘으려고 할때 생기는 것이다. 사람이 과로하면 쓰러진다. 육체적 힘에 한계가 있다면 인간의 지능과 정신도 한계가 있다. 하느님을 닮아 하느님께로 상승할 수는 있지만 피조물을 벗어나 하느님이 될 수는 없는 엄연한 진리를 외면하였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결국 자기 조건을 부인하고 자기 한계를 뛰어 넘으려다 행복의 조건을 박탈당하는 결정적인 파멸에 이르게 되었다.
원죄 이야기를 할때 한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하느님 처럼,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욕구나 열망 자체가 원죄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고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갖게 되었으며(요한 1, 29)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1요한 1, 2)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 48)
이처럼 인간이 하느님을 닮아 완성된 존재의 충만을 이루는 것은 원래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 궁극적인 실현을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마치 하느님이 그것을 막으니까 내 힘으로 하겠다는 태도, 하느님이 금하신 것을 해가면서 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것, 그것이 원죄의 핵심이다. 하느님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면 결국 내 존재의 파멸을 부르는 위협을 당하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다.
하느님을 배신하는 자유와 하느님을 선택하는 자유를 인간은 다 갖고 있다. 어느 쪽이든 택할 수 있고 양쪽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자유의 참 의미이다. 이제 하느님은 첫 인간이 하느님을 배신하는 자유를 행사한데 대한 책임을 물으시고 약속을 깬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신다. 하느님이 아담을 부르시니 이미 그들은 불안과 긴장이라는 악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알몸이라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건만 몸을 가리고 숨었다. 그리고는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준 여자가…』하고 탓을 돌린다.
여자가 창조되었을때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하고 외칠때와는 사뭇 다르다. 잘못된 탓은 다 남에게 돌리는 인간의 뿌리깊은 심리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쨋든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에 의해 뱀과 여자와 아담은 벌을 받게 된다. 불사불멸의 특전과 그 모든 행복 조건을 박탈당한채 에덴 밖으로, 고통의 세상으로 내쫓김을 받은 참담한 운명이 되었다.
하감독님께서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설치하시고 남녀주연을 등장시켰는데 감독의 지시와 명령을 무시하고 자기들이 대뜸 감독이 되려했으니 배우로서는 자격 상실이다. 하감독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연 배우들이 에덴무대로부터 퇴장명령을 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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