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의 전통은 구약성서의 희년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안에서 그 내용이 실현된다고 여긴다. 공관복음서들은 일반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해방자」, 「구원자」, 「치유자」,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분」으로 소개한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선언하는 것으로 당신의 설교를 시작하신다.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마르 1,15).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좥하느님 나라좦는 저승이나 연대기적으로 이해된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노예의 사슬을 「끊는」 계약 논리 안에서 수용되고 해석된 「이 세상」을 가리킨다. 이는 하느님의 통치를 전제한다.
루가는 예수 안에서 희년이 실현되는 것으로 본다. 예수께서는 어느 날 나자렛의 회당으로 들어가서 이제 막 선포된 토라의 한 단락을 해석해 달라는 말을 들으시고, 이사야의 말씀을 당신 자신에게 적용시키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자로 소개하며 희년의 유토피아가 당신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신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과연 주님이 기름부으셨도다. 주님이 나를 보내셨으니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로잡힌 이들에게 해방을, 눈먼 이들에게 눈뜰 것을 선포하며 억눌린 이들을 풀어 보내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시려는 것이로다』(루가 4,18~9).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때부터 시작된 그리스도교 희년은 신구약성서에 나타난 희년의 실천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내용을 풍부하게 했다.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기 위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삼천년기」에서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신다.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육신」을 취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안에서 「영원」이 시간과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어 영원히 「임마누엘」, 곧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 되셨다.
희년은 순례와 연관된다. 순례는 성서적인 주제이며(히브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 축제는 「순례의 축제」라 불린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구약 시대에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저마다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듯이」(레위 25,10), 사도들의 무덤을 찾아 그곳에서 기도하기 위해 로마로 가는 것이다. 「순례」는 거룩한 것과의 만남이다. 인간은 순례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되찾고 영적으로 새로 태어남을 체험하게 된다.
희년은 용서를 강조한다. 용서는 특히 「은사」를 얻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은사가 지닌 신학적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인해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용서」(aphesis)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용서는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희년은 회개를 촉구한다. 회개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으로 인해 이루어진 용서의 결과, 하느님과 형제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주님, 당신께 돌아가도록 우리를 돌이켜 세워 주십시오』(애가 5,21).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는 스스로를 쇄신하며 특별히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성년」은 『「주님의 은총의 해」이며, 「죄와 그에 따르는 벌을 사해 주는 용서의 해, 상반된 집단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는 해, 다양한 회개와 성사적, 성사 외적 참회의 해」이다』(제삼천년기 1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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