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은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한번만 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너를 추운 다락방으로 보내겠다』 그러나 아들은 또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버지는 약속대로 추운 다락방에서 자게 했다. 아들을 다락방으로 보내고 잠자리에 든 부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괴롭더라도 참읍시다. 아이를 데려오면 오히려 그 아이를 망치는 것입니다』 한참을 괴로워하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좬당신말이 옳아요. 그러나 지금 혼자 추운방에 떨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오. 내가 그 아이에게 가야겠오』
아버지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아들은 추운 다락방에 베개도 없이 구부린 자세로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 옆에 누워 꼭 안아주었다. 아버지 품에 안긴 아들은 한참후에 가만히 아버지의 볼을 비벼댔다. 아들의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들은 잠깐 동안이지만 춥고 어두운 다락방에서 부모님 곁을 떠났다는 것,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를 알았다. 그리고 추운 방에서 자신과 함께 누운 아버지가 그렇게 고맙고 믿음직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춥고 어두워도 아버지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물위를 걷다 빠져버린 베드로
오늘 복음은 두가지의 장면을 묵상할 수 있다. 우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물위를 걷다가 의심이 생겨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베드로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물에 빠져 허덕이는 베드로의 손을 잡아주시는 예수님의 자비로운 행동이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믿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물위를 걷는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예수님이 기도하러 산에 오르신 동안 제자들이 탄 배는 역풍에 시달려 위험에 처해진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배는 자주 교회를 상징한다. 어떻게 보면 곤경과 수난에 처한 교회를 가르치고 있다. 교회가 위험과 고통을 당할 때 가장 큰 위로와 힘은 무엇일까? 믿음이다. 믿음이란 하느님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풍랑에 허덕이는 제자들의 배에 예수님은 다가오셨다. 그리고 겁에 질린 제자들에게 『나다. 안심하여라』 라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베드로는 『주님이십니까? 그러면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고 하십시오』라고 간청한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는 물위를 걷는다. 그러나 거센바람이 불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에 빠지게 된다. 베드로에겐 예수님께 믿음이 있었다. 그러기에 물위를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베드로는 다시 예수님께 구조 요청을 한다.
『주님, 살려주십시오』 그가 위기 상황에서 예수님을 찾고 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믿음의 행위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손을 잡아주셨다.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 믿음이 약하냐?』 예수님의 이 말씀은 질책이라기 보다 격려의 말씀으로 들린다. 예수님이 배에 오르시자 비로소 풍랑은 그친다. 예수님께서는 교회가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빠져도 결국 지켜주신다는 것이 신앙인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흔들리는 신앙, 손 잡아주시는 주님
물위를 걷다가 물에 빠져 허덕이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물위를 걷는 것은 시도조차 못할지도 모른다. 쉽게 유혹에 빠지고 늘 흔들리고 좌절하고 쓰러지는 것이 우리의 약한 모습이다. 사실 주님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우리의 주위에는 믿음을 해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또한 내 자신안에도 늘 부족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도와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하고 주님께 손을 내미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오히려 우리는 물에 빠졌을 때 비로소 주님께 손을 내밀게 된다. 역경과 고통중에 주님을 더 간절히 원하고, 그분의 도움을 절실하게 찾는다. 어려움이나 고통이 와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나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발버둥 쳐서도 안된다.
손을 내밀기만 하면 잡아주시는 주님이 늘 우리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주님, 믿음이 약해 세속과 유혹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저희를 버리지 말고 건져주소서』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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