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간에는 카인과 아벨의 미움과 질투가 빚어낸 형제살인의 비극을 보았다. 그 이후 세상이 점점 더 악에로 치닫게 되자 드디어 하느님께서 차마 못할 일을 계획하신다. 원래 하느님을 반역한 두 남녀, 그 아들대에 와서는 형제살인이 빚어졌고 마침내 노아시대에 와서는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왜 사람을 만드셨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주께서는 「내가 지어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버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하고 탄식하셨다』(6, 5~8).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너무나 썩어 있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위에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6, 11).
처음에 당신 친히 세상을 만드시고 「참 좋았다」를 반복하시던 때와는 달리 죄로 인해 썩은 냄새를 피우는 세상에 대해 충격을 받으시고는 모조리 없애버리시기로 마음을 굳히셨다. 그런데 단 한사람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의인이 있었다. 「그 당시에 노아만큼 올바르고 흠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었다」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 이 한마디로 노아의 의로움이 다 표현된다. 요즘 사회에 노부모님 모시고 사는 아들 며느리들이 칭찬을 많이 받는다. 그들은 남들이 안하는 희생과 수고를 더 많이 감내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느님을 모시고 평화로이 살아간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편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이 원하시고 하느님 마음에 드시는 일을 우선 해야 하니 보통 사람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된다. 하느님은 모질게 마음을 굳히셨다가 한 사람의 의인에게는 마음이 약하셔서 노아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다른 동물들까지도 구하기로 작정하시고 노아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 것을 지시하신다.
그 배는 길이 875미터, 넓이 380미터, 높이 200미터의 상상이 안되는 큰 배다. 노아는 이 터무니없는 하느님의 분부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노아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분부하신대로 하였다』(6, 22) 하느님의 말씀을 경외심을 가지고 받아들였다. 노아가 하던 일을 전폐하고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배를 만들기 시작했을때 그의 이웃들은 비웃고 조롱했을테지만 노아는 묵묵히 아랑곳 하지 않고 명령하신대로 치수를 재 가면서 배만들기를 완수하였다.
창세기 7장 홍수가 나다
노아는 하느님께서 지시하신대로 세 아들과 며느리들, 온갖 동물들이 땅에서 씨가 마르지 않도록 모든 종류의 생명체를 한쌍씩 다 배안으로 들여보내고 마지막으로 노아가 들어가자 하느님께서 배의 문을 닫으셨다. 40일 동안 쏟아진 폭우는 온 세상을 모두 물에 잠기게 하였다. 지난 8월초에 불과 하룻동안 쏟아진 비에 우리 나라 곳곳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강을 범람하는 큰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소름끼치는 무서움이 엄습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의 세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재앙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성서 저자는 세상에 불어나는 죄와 악의 세력을 죽음의 물로 씻어버리고자 하는, 하느님이 명하신 재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새 인류의 시조가 될 한 사람 노아와 그의 가족, 새로운 세상을 꾸밀 생명체들만 노아의 배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노아의 배는 세상 안에 현존하는 교회를 상징한다. 교회안에서 우리는 무서운 죄악의 세력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으며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된다.
창세기 8장 홍수가 끝나고 배에서 나오다
양력 2월 27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이며 한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땅의 얼굴이 새해와 더불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을 뜻한다. 노아는 하느님으로부터 배에서 나오라는 분부를 받는다.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노아는 제일 먼저 하느님께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린다. 대홍수가 지나간 자리,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땅을 보고 하느님이 마음이 아프셔서 후회하시는 표현이 나온다. 자식이 잘못해서 때리긴 했지만 부모마음이 편하겠는가 ?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
인류의 첫 조상은 자신들의 불신으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시키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방황하게 되었지만 노아는 믿음으로 하느님과 계약을 맺게 된다. 이 계약 안에서 노아는 자신과 그의 가족들뿐 아니라 온 세상을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에 올려놓았다. 하느님을 모시고 살았던 의롭고 충직한 노아처럼 하느님의 분부를 따라 살므로써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자녀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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