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신비가 지닌 인간적 차원을 종합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재임 제 1년인 1979년에 회칙 「인간의 구원자」 (Redemptor hominis)를 반포하여 천년기를 기념하는 교회의 과제와 임무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어느 시대에도 그렇지만 특히 현대에 교회가 할 근본 역할은 인류의 시선을 똑바로 돌리는 것, 전 인류의 의식과 경험을 하느님의 신비로 향하도록 방향잡아 주는 것, 만인으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나는 구속의 심연에 친근해지도록 돕는 것이다』(10항)
대희년이 인간과 세상(kosmos)의 참 구세주이신 하느님 아들의 육화를 찬미하는 사건이라면, 2천년전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은 『유일무이한 우주적 가치』 (제삼천년기 3항)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하여 창조하신 눈에 보이는 세상(『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다』 : 요한 1, 3)은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제 구실을 못하게」(로마 8, 20)되었다.
사도 바오로는 이와 같은 인간 상황을 직시하며 세상의 구원에 대한 희망을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한다. 『피조물은 (...) 자신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풀려나 마침내 하느님 자녀의 영광스러운 자유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 지금까지 모든 피조물이 우리와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 우리 몸의 속량을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다』(로마 8, 19~23 참조).
『하느님은 세상을 지극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요한 3, 16) 세상을 죄의 종살이에서 풀어주시고 「질서잡힌 우주」의 조화를 다시 이루어주셨다. 영원하신 말씀은 『육신을 취하심으로써 창조의 우주적 질서를 새롭게』(제참천년기 3항) 하시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때가 차면 이 계획이 이루어져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하나가 될 것이다』(에페 1, 10 : 골로 1, 20 참조). 이것이 그리스도교 구속이 지닌 '우주적'차원이다. 참으로 「기쁜 선포」는 「때가 찼을」때 영원하신 말씀이 육화하시어 「피조물 전체의 우주 질서를 갱신」하셨다는 진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그 선포는 새로운 우주론과 「비판적」인 대화를 전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우주론은 그 내면에서 『하느님에 대한 문제를 강력하게 다시 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특히 시간 속에서 육신을 취하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하느님께서 시간 속에서 창조하신 모든 것의 원리이자 원형』(제삼천년기 3항)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주연구 분야에서도 중심을 '되찾으셔야'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신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기 때문이다(요한 1, 3 참조). 대희년은 외아들의 육화를 기념하고,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그분 안에서 우주의 「새로운 창조」를 기념하며 『정의가 깃들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 13 : 묵시 21, 1 참조)을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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