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받은 지 일년 남짓 지난 한 신자분이 피정모임의 생활나눔 시간중에 다음의 이야기를 했다.
『저는 처음에는 세례성사를 받고 신자가 되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어려움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없어지지 않더라도 가벼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세상의 고통과 수난을 덜어주신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이 때로는 그전보다 내 삶을 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의식도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심한 죄책감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행동도 더 부담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즉 제가 느끼는 만큼 죄를 조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앙의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십니다. 왜 신앙의 길이 십자가의 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원과 생명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이어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예고하신다. 그 때 베드로가 나서며 주님이 그런일을 당해선 안된다며 만류한다. 이러한 베드로의 태도에 대해 예수님은 심한 꾸지람을 하신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구나』
베드로는 왜 항의 했을까? 베드로도 당시 유대인이나 제자들처럼 정치적이고 현세적인 메시아로 예수님을 생각했던 것 같다. 따라서 베드로의 인간적 생각으로 메시아가 고난을 당하고 죽는 것을 도대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어서 자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씀이 있다. 여기서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기 결단이며, 적극적인 삶의 실현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자유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가신 길은 바로 십자가의 길이며,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었다. 물론 인간적인 판단이나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길이었다. (이사 55, 8 참조)
매일의 삶 속에서 구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지침도 덧붙이신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해서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마태16, 25)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되면 세상속에서는 고통과 수난의 길을 가야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고 인간의 욕심만을 쫓아가면 결국 패망하고 만다는 가르침이다. 인간의 눈에는 당장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행위가 결국 생명에 이르는 길이 된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
신앙인이 가야하는 정도(正道)는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다. 즉 주님을 따르는 것 자체가 이미 십자가를 각오한 셈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보통 세상에서 죄와 악의 유혹을 받고 있다. 아직 하느님의 구원이 완성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구원으로 가는 과정중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선택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느님이냐, 혹은 세속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늘 서있게 된다. 때로는 세속안에 나 자신이 포함된다. 사실 마지막의 선택은 항상 하느님과 나 자신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신을 버리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세속안에서 쉽지 않고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안에 결과는 분명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우리의 삶이 진정으로 가치있고 참다운 행복의 삶이 되려면 주님이 가르쳐주신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길의 결과는 주님께서 이미 증거해 주셨다. 늘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참다운 삶은 순간적이나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영혼의 평화와 기쁨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기 중심적으로, 자신의 욕심대로만 산다면 우리 삶의 결과는 너무나 분명해진다. 진정으로 의미있는 삶이 되려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지혜와 분별력도 요구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우리가 하느님께 의지하고 은총을 구할 때 말이다.
과연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무엇이고, 그것을 기꺼이 지고 주님의 길을 따르고 있는가?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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