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이라는 말은 환희와 기쁨을 뜻한다. 이 기쁨은 『내적인 기쁨일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드러나는 환희이다』(제삼천년기 16항).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루가복음에 나오는 베들레헴 사건을 묵상할 수 있다. 우리는 그때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한 말을 기억하고 다시 체험하게 된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루가 2, 10~11).
복음서들과 신약성서의 다른 기록들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 안에서 체험했던 이 「기쁨」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베드로와 바오로의 두 권면을 쉽게 상기할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필립비의 신자들에게 편지를 써서 『주님 안에서 항상 기뻐하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시오』(4, 4)라고 권면하며,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첫번째 편지에서 『그러니 기뻐하고 즐거워하시오. (…). 여러분은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사랑합니다. 지금은 보지 못하지만 그분을 믿고 형언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으로 즐거워하시오.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 6~9)라고 기록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그리스도의 구원 메시지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 고유한 용어인 복음은 어원학상으로 「기쁜 소식」(그리스어로 euanghelion)을 뜻한다.
예수께서 선포하시어 당신의 교회에 전달해 주시는 이 기쁜 소식이 신앙인들의 마음 속에 불을 붙이는 「내적」 기쁨은 외부, 곧 신앙인들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의 현실 속에 반영되어 드러난다. 실제로 복음이 단지 「기쁜 소식」만은 아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개인적이고 감지할 수 있는 현존으로 『우리 가운데 거처하셨던』(요한 1, 14) 영원한 말씀이신 예수님 자신이 복음이다.
요한은 첫번째 편지의 머리말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필적할 수 없는 생명의 말씀의 현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리는 그 말씀을 듣고 눈으로 보고 실제로 목격하고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그 생명이 나타났을 때에 우리는 그 생명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증언합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는 이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있다가 우리에게 분명히 나타난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그것을 여러분에게 선포하는 목적은 우리가 아버지와 그리고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사귀는 친교를 여러분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1요한 1, 1~3).
교황께서는 교회가 구원을 기뻐하고 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느님의 오심에 따르는 기쁨의 모든 표지는 나름대로 외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당연하다』(제삼천년기 16항)고 지적하신다.
세계적이고 지역적인 차원의 전체 교회는 『그리스도께 받은 구원 사명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고취시켜』(제삼천년기 21항)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한없는 선물을 받는 한편, 대희년으로 『누구나 기뻐하도록 초대하고 만인이 구원의 힘을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건을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한다』(제삼천년기 16항). 그러기에 이는 피상적이고 분산되거나 통속적이고 소란한 기쁨이 아니다. 이는 『하느님의 계시와 그 전달에 관하여 진정한 가르침을 천명하여, 온 인류로 하여금 구원의 메시지를 들으며 믿고, 믿으며 희망하고, 희망하며 사랑하도록』(계시헌장 1항) 「복음화」의 새로운 빛을 발하기 위하여 생명의 말씀으로부터 받는 기쁨이기 때문에 내적인 기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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