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은총의 시간인 희년은 외아들을 사람이 되게 하시어 선사하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신 데 대해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노래한다. 이 기쁨에는 『죄의 용서에 기초한 기쁨, 회개의 기쁨』(제삼천년기 32항)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희년의 찬미 속에서 열쇠가 되는 관점이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 먼저 구약성서의 본문들 안에서 희년을 「용서의 해」(etos tes afeseos: 칠십인역)라는 표현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나자렛의 회당에서 공개적으로 설교를 시작하실 때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61,1-2) 당신 은총의 사명을 강조하시기 위하여 이 개념을 다시 받아들이신다.
고대의 「용서」는 대부분 사회-경제적인 상황을 재편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선포하고 실현시키신 새로운 「용서」는 특히 영적-윤리적인 내용과 목적을 지니고 있기에 「내적 재편성」을 지향한다. 내적 재편성이란 죄의 왕국을 버리고 하느님의 은총 속에 하느님의 나라로 「회개」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스어 성서는 이러한 진로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동사 메타노에인(metanoein)과 명사 메타노이아(Metanoia)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은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을 의미하며, 이는 하느님과 화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래서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는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거룩하기는 하지만, 하느님과 인간 앞에서 교회는 언제나 자기 자녀들에게 죄가 많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교회는 『자기 자녀들이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와 불충한 사례들, 항구치 못한 자세와 구태의연한 행동에서부터 자신을 정화하도록 격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제삼천년기 33항). 우리는 참회의 정신으로 다음 희년을 준비하고 찬미해야 한다. 교황께서는 「참회의 정신」을 약술하시면서 이를 개인적인 참회의 의무로 좁히지 않고 그리스도교 이천년기의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어제를 양보하는」 것에로 확장시키신다. 교황께서는 계속해서 『교회가 지난 10세기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것을 분명히 의식』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는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유혹과 도전에 직면하도록 우리를 각성시키고 이를 극복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제삼천년기 33항)라고 덧붙이신다.
교회는 「그 가슴에 죄인들을 품고 있는」(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8항) 자신의 역사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정직하고 새롭게 점검하여, 한편으로는 자녀들로 하여금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도록 이끌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혜와 신뢰로 오늘날의 어려움을 직면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2000년의 대희년은 교회의 자녀들에게 삶의 훌륭한 학교가 될 것이다. 교황께서는 「제삼천년기」 34-38항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문제, 우리 시대의 악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공의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구태의연한 태도나 균형 잡히지 않은 태도, 다시금 순교자들의 교회가 된 교회 등, 이 「학교」가 직면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소상히 말씀하신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교회는 소심하고 당황하는 교회가 아니다. 더군다나 자만하거나 울먹이는 교회도 아니다. 명석하고 원기 왕성한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온건한 권능과 성사적 화해의 기쁨 속에서 죄를 이겨내기 때문에 오늘날의 인간에게 죄의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포하는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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