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의실 담당을 비롯해 예비자교리 등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서 일반화된 여성 수도자들의 축소된 역할과 포교에 대한 제한적인 이해가 일제의 탄압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임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월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는 서울대교구 공항동본당 주임 심흥보신부의 석사학위 논문에서 밝혀졌다.
심신부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 사회복지사 연구'에 의하면 김대건 최양업신부 등의 활동으로 대표되는 한국 초기교회의 활동이 사회복지 활동을 종교의 교리를 선포하는 것에 우선시하거나 적어도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동등하게 간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제 김대건신부가 박해로 인한 죽음의 현장에서도 천연두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고쳐주기 위해 치료방법을 청했고, 최양업신부도 선교에 필요한 성물을 보내달라고 하기 보다 공중 위생을 위한 물의 정화방법을 알려 달라고 청했던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또한 한국에 진출한 매스트로신부가 1855년 신학교를 세워 신학생을 양성하기에 앞서 1854년에 고아원을 설립한 모습 속에서도 사회복지로 통칭되는 이웃 사랑을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응답이요 증거로 삼았음을 엿볼 수 있다.
심신부는 '…연구'에서 한국 천주교 사회복지사를 천진암 주어사 강학회에서 비롯되는 제1기 '초기교회 신앙정립과정의 활동기(1777-1886)'부터 제6기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조직 이후의 활동기' 등 6기로 대별하고 "하느님 사랑에 응답하는 이웃사랑의 구체적인 형태의 활동"으로써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을 살피고 있다.
특히 '…연구'는 1886년 한.불 수호조약으로 종교의 자유를 얻은 후 각 본당이 주체가 된 천주교 사회복지사업이 본당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의 가난한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갔는지 서술하며 이어진 일제 강점기에 왜곡되어 가는 모습을 상설, 사회복지사업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은 개화기의 사회적응을 위한 민중계몽운동의 차원을 뛰어넘어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향한 정신 계몽운동과 사회교육 분야로 확대돼 나가는 등 사회복지의 새로운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교회의 사회복지사업은 일제가 사업의 인허가권 등 제도적 칼을 손에 쥐면서 갖가지 탄압으로 위축되고 만다. '…연구'는 이 과정에서 교회가 교육복지분야 등 각종 대외 활동에서 손을 떼게 되고 본당 내부로 잦아드는 활동에 그침으로써 본당 내의 종교활동이나 예비자 교리 등이 본당 선교와 사목의 당연한 형태인 양 받아들이는 애처로운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한다.
심신부의 이번 논문은 한국 초기교회 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천주교 사회복지사를 처음으로 다룬 것으로 '사목'지 3월호부터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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