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94년 11월 10일 교서 「다가오는 제삼천년기」를 반포하시어 대희년의 직접적인 준비를 마감하는 이 1999년을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하고 신앙인들의 시야를 넓혀 그들이 그리스도의 전망 안에서 곧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 45)의 전망 안에서 사물을 보게 하셨다』(제삼천년기 49~54항 참조).
아버지의 전망 안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은 아버지의 집을 향한 큰 순례 여정과도 같으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를 파견하셨음을 알고 모든 사람들이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 매달려 진정한 회개의 여정을 시작하도록 격려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외아드님을 우리 구세주로 보내주신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너희는 너희의 주 하느님의 자녀이며 너희는 너희 주 하느님께 몸 바친 거룩한 백성(신명 14, 1~2)인 것처럼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개인의 아버지가 아니라 백성 혹은 자녀들의 아버지로 나타난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이스라엘인들이 에집트에서 노예가 되어 억압을 받을때 그들을 속량하시기 위해 직접 개입하신 데에서 잘 드러난다(출애 4, 21~23 참조).
곧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종살이에서 구해내는 과업을 모세에게 맡기셨다. 하느님께서는 성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충실히 지키시는 분이셨다. 또한 당신의 자녀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당신의 맏아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에 몸소 개입하셨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의 잘못과 불충실 때문에 바빌론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그러나 당신 말씀에 철저하신 하느님께서는 다시금 그 백성을 속량하신다(이사 43, 1~7 참조). 이처럼 고아들의 아버지, 과부들의 보호자(시편 68, 6)이신 하느님은 시편 시인이 가장 신뢰하는 분이시다. 왜냐하면 내 부모가 나를 버리는 한이 있을지라도 주님께서는 나를 거두어주실 것(시편 27, 10)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모가 자녀들을 훈육하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잘못을 지적하시며 사랑과 인내로 자녀들을 인도하신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녀로 선택된 백성은 오히려 방자한 마음에 사로잡혀 번번히 반항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언자들은 끈질기게 그들의 불충실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하늘아 들으라, 땅아 귀를 기울여라.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자식이라 기르고 키웠더니 도리어 나에게 반항하는구나.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이 만들어 준 구유를 아는데 이스라엘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내 백성은 철없이 구는구나. 아 탈선한 민족, 불의로 가득찬 백성, 사악한 종자, 부패한 자식들(이사 1, 2~4).
하느님은 탈선한 자녀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을 질책하면서도 죄많은 그들이 반성하고 회개하여 당신 품으로 돌아오길 갈망하신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반항하는 자녀들을 고발하고 처벌하려는 징벌을 생각하면서도(신명 32, 26~27 참조) 결코 그 자녀들을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의 고뇌와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너희의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자기 자식이 잘 되라고 고생시키듯이 그렇게 너희를 잘되라고 고생시키신 것이니 이를 마음에 새겨두어라(신명 8, 5). 자녀에 대한 이러한 하느님의 깊은 고뇌와 배려는 당신 백성의 마음에 전달되어 눈물과 함께 뉘우침을 불러일으킨다.
당신 자녀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교육시키며 당신께 충실하게 머물도록 사랑으로 이끌어주시는 것이 곧 구약성서에서 보여주는 하느님의 참된 모습이다.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아버지 하느님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회개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첫 시도이며, 신앙인이 가져야 할 근원적인 화두이자 지속적인 과제이다(마태 4, 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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