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라도 하얀 쌀밥에 고기국 먹는 꿈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얀 고무신을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던, 정말 없이 살던 시절.
김수남(아우구스티노)씨의 장편소설 '똥구이야기'(찬섬刊)는 5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사람냄새가 있어 가난이 그다지 짐이 되지 않았던, 그래서 살만 했던 때의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6.25 직후 대전천변 둑방에는 폭격에 집을 잃거나 월남한 실향민들이 판자촌을 형성해 하루하루를 살았다. 옹기종기 모여든 판자촌 아이들에게도 전후의 삶이란 곧 배고픔과의 싸움. '똥구'는 그 판자촌 한 귀퉁이에 살고 있는 아이의 이름이다. 험한 이름을 부르면 오래산다고 가족들이 애칭으로 부르던 똥구의 지지리도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 그 소년의 추억을 따라 가슴저미는 따스함들이 전해진다.
주인공 '똥구'의 추억 따라 가슴저미는 따스함 전해져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똥구, 항상 모르는게 없는 학준이, 재주많은 왕식이, 길배 그리고 동구의 어린 연인 끝순이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여름이면 손톱에 빨간 손톱꽃물(봉숭아꽃물)을 들이고, 배가 고파 철조망을 넘어 오이서리를 하다가 주인에게 들켜 도망치다 넘어지고, 대전천에서 결 굵은 돌맹이로 때를 밀며 배고픔을 견디는 아이들. 어쩌다 고기국에 흰 쌀밥이 올라오는 명절이라도 될라치면 설레임과 기대로 잠을 설치지만 동냥을 해서 먹고 사는 친구에게 왕빵을 뚝 떼어 줄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친구들이 있다.
이 소설은 이처럼 쓰라린 과거보다는 가난했지만 그 속에서 '손톱꽃'처럼 피어나는 해학과 진한 감동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픽션이긴 하지만 저의 체험이 담긴 성장소설이라 볼 수 있죠. 50줄을 훨씬 넘긴 세대들은 유년시절을 되돌아 보며 누구나 갖게 되는 회상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구수한 충청도 방언이 인상적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
작가는 "IMF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위안이 됐으면"하는 소박한 바램을 갖고 있다. 구수한 충청도 방언이 특히 인상적인 이 책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을 견디며 살아온 세대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전후 세대들에겐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아호가 글보인 김수남씨는 충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6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조부(祖父) 사망(死亡) 급래(急來)'가 당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유아라 보이' '10초 F' '달바라기' '개똥지빠귀가 우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다' '취국(醉國)' 등의 작품이 있으며 충청남도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전 성모여고 국어교사이며 대전소설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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