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피정중 선배 신부님들과 담소를 하던 중 들은 이야기이다. 그 신부님들이 보좌신부 시절이던 60년대 초에 휴가 때를 이용해서 군종신부로 나가있던 동창신부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신자에 의해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안내되었다. 그 집은 사제관으로 쓰는 집이었다. 동창신부가 없어 마루에 앉아 기다렸는데 가재도구도 별로 없어보여 고생을 하며 지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녁무렵 돌아온 동창 군종신부는 반갑게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직접 부엌으로 들어가 쌀을 씻어 밥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반찬이 없어 미안하다』 하고는 겸연쩍게 씩 웃는 것이었다. 동창들은 밤새는지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새벽녘에 잠을 자는데 이불도 변변치 못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다음날 아쉽게 버스 터미널에서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군종신부가 어딘가 갔다오더니 차 창문을 두드렸다. 『가면서 심심할 때 먹어』 하면서 음료수 몇 개와 삶은 달걀을 건네 주었다. 그 동창신부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때의 동창 군종신부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얼마 후 전방시찰 중 교통사고로 그 신부님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시는 선배 신부님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사정은 나아졌다고 해도 군종신부들의 고생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군인주일의 의미
오늘은 군인주일이다. 군인주일이란 군대에 있는 군인 신자들과 군 사목을 하는 군종사제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군대는 대한민국의 청년이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야 한다. 특히 젊은시절 짧지않은 시간을 보내는 군대는 신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편안한 집을 떠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낯선 생활속에서 보통은 정신과 육체가 지치고 힘들어진다. 자신의 삶과 가족, 그리고 사회의 국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을 뜨게되는 시기이다. 엄격한 규율과 절도있는 생활속에서도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종교이다.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은 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군대에 있는 우리의 아들과 형제들을 위해 오늘만큼은 모든 신자들이 한 공동체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방황하기 쉬운 젊은 군인 신자들을 사목하는 군종사제들 역시 일반 본당과 비교하면 쉬운 조건이 아니다. 군종 사제들은 혼자서 여러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사제이면서, 때로는 수도자, 사무장, 관리인의 역할도 해야될 때가 있다.
군종 사제는 홀로 모든 것을 준비하며 군인 신자들을 직접 찾아가 미사와 여러 성사도 집전해야 한다. 군종사제에겐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타 종교에 비교한다면 더 그렇다. 여러 가지 역경과 어려움을 딛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군종사제들을 위해서 오늘만큼은 특별히 힘껏 격려하는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간접적이나마 군종사제들이 교회의 나눔과 일치의 기쁨을 누리며 일할 수 있도록 기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자.
인내하시는 하느님
오늘 복음의 포도원의 비유에서 보면 세상의 죄인들은 주님의 말씀과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까지 박해하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인내와 관용이 두드러진다. 인간의 생각을 초월할 정도로 찾아주시고 기다려주시는 하느님이시다. 자신의 아들까지도 기꺼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 바치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구원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느님이 보내신 일꾼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통해서, 때로는 여러 형태의 예언자를 통해서, 때로는 자연과 사건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신다. 우리가 고약한 소작인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되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주위에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유혹과 싸우는 그리스도의 용감한 군사로서 주님의 인내를 닮도록 해야한다.
또한 우리 자신이 세상과 이웃에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박해를 각오한 예언자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세상 사람들이 당신은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주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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