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그 어느때보다 활발한 건축문화 관련사업들이 연중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본보는 종합예술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가톨릭 건축가 시리즈를 마련했다. 앞으로 국내외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 건축가를 통해 무한한 건축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축은 기능, 미, 구조적 안정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능에 우선해서 설계돼야 좋은 건축물이 나오게 되죠"
30년간 한길만을 걸어오며 수많은 '인류 삶의 터전'을 탄생시킨 현대건축사 사무소 대표 김무권(요셉.성 김대건본당)씨. 그는 건축 자재로 흙, 나무, 돌과 같은 자연적인 것을 제일로 꼽으며 건축물이 주위 자연환경과 잘 조화됐을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잠실야구장, 대구 문화예술회관 등 뛰어난 시대의 종합예술품을 빚어낸 고(故) 후당 김인호선생의 수제자였던 김씨는 좋은 스승 밑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에 오늘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던 그는 주위의 권유로 일찍이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순수 예술인 회화보다는 종합 예술인 건축을 통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77년 낙동강 승전기념관 전국현상공모에 당선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김씨는 그후 80년 건축사회관 현상설계 최우수상, 89년 계명대학교 중앙도서관 전국현상공모 최우수상, 91년에는 '대구 신암성당'으로 대한민국건축대전 우수상, 97년 대구광역시 우수건축물 금상, 은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결실에는 그의 뛰어난 재능도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일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피곤하다가도 작업을 시작하면 졸음이 싹 가셔요. 그리고 뒤에서 저를 격려해 주고 도와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미흡하지만 이런 자리에 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씨는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탤런트를 십분 발휘해 왔다. 대구 대명동 예수성심수녀원 본원건물, 동명성당, 신암성당, 월성성당, 약목성당, 대구 가톨릭병원 등 교회가 부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달려갔다. 바쁜 생활로 충실히 본당 생활을 할 수 없던 그로서는 이것이 주님사업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라 믿고 더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
"다른 건물 지을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교회관련 건물 일을 할 때는 정말 마음가짐이 남다릅니다. 주님의 집은 기도하는 공간, 신자들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 등 기능에 따라 조화있게 설계돼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심과 노력이 필요하죠. 미력하지만 이렇게 봉사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건축물은 인간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위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김씨는 최근 시골에까지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무작정 높고 크게 짓는다고 좋은 건축이 아니라 기능적인 미와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여년간 영남대학교와 계명대학교에서 후학지도에도 앞장서고 있는 김무권씨. 그는 후학들에게 지나치게 겉모습에만 치중하거나 상업적 위주로 흐르지 않고 종합 예술인 건축에 걸맞게 용도에 충실한 작품들을 만들도록 가르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대구지회장을 역임한 김씨는 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건축가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물 감상문대회, 전통건축답사, 건축 사생대회, 대구건축 아카데미 및 작품전, 제19회 대구 건축대전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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