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봄꽃이 만발했다. 캔버스 가득 이름 모를 꽃들이 화사하게 혹은 소박하게 흩날리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러온다. 반투명 유리에 가려진 듯한 좥흔적좦들에는 내 마음의 꽃들이 수놓아지며 상상과 환상의 나래를 펼친다.
윤춘자(데레사.서울 대치2동본당) 화백. 20여년 꽃만을 그려온 그가 역시 꽃을 소재로 한 작품전을 가졌다. 3월 4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99 SEAF(Solo Exhibition Art Fair) 초대 개인전. 20여점이 선보이며 전에 없는 성황과 격려가 쏟아졌다.
20여년 꽃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결과인가? 윤씨의 작품에서는 꽃이 지닌 통속적인 미(美)보다는 작가 내면의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꽃은 꽃인데 무슨 꽃인지 모를,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이름 붙여질 수 있는 꽃이다. 즉 작가의 의식 속에 내면화 된 관념의 꽃이다.
물론 처음에는 꽃의 외형만을 탐미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눈으로만 보게 되는 감각적 표현에 한계를 느꼈을까? 그 무엇인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표현하고 싶은 무엇이 있었을까? 차츰 색과 형태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탈피해 의식이 합성해낸 꽃의 이미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하학적인 평면을 도입하고 있다. 좥흔적좦 시리즈에서 보여주듯 그림의 한 부분을 기하학적 평면으로 가림으로써 사물의 이면 세계, 작가 내면의 의식세계 나아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재된 자기 세계로의 상상과 환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작가는 꽃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말하고자 노력해왔다고 한다. 경치나 누드 혹은 정물 등은 표현의 한계가 뚜렷함에 비해 산과 들에 지천으로 늘여있는 꽃은 아름답고 생명력이 가득하면서 하느님을 호흡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쩌면 그의 작품 하나 하나는 기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기도로 시작해 기도 중에 떠오른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기도로 마감하기 때문이다. 가톨릭미협회원, 한.독미협회원, 국미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춘자씨는 4번의 개인전과 함께 한국.러시아 현대미술 초대전, 한국미술 뉴욕초대전, 한.독 미술가협회전 등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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