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 기드온과 그의 아들 아비멜렉에 대한 이야기이다(6장 ~ 9장). 6, 1~32절까지는 기드온의 파견과 기원, 6, 33~8, 21까지는 기드온이 미디안족과 행한 전투, 8, 22~9, 57까지는 왕국 건설의 시도이며, 9장은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이 왕국을 세워 보려고 했지만 좌절한 것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카리스마적인 지도자
서부 므나세 지파에 속한 기드온은 선조들이 받은 소명담과 비슷한 체험을 한다. 부르심에 응답한 기드온은 낙타를 몰고와 이스라엘 민족을 괴롭히는 미디안 족을 격파한다. 기드온은 판관기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이상적인 판관으로 묘사된다. 그가 야훼의 영에 사로잡혀 (6, 11) 바알신 제단을 파괴하는 것은(6, 25~32)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과의 계약에 불충실 하였으나 그래도 남아서 참된 종교를 믿게 하려고 노력 한다는 것으로서 그 대표적 인물이 기드온이다.
기드온의 파견과 기원(6, 1~32)
기드온에 관한 설화들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가지는 특성을 아주 잘 논증하고 있다. 미디안 족의 압박(6, 1~6)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그때 하느님의 사자가 한 농부의 아들에게로 와서 그를 부른다. 기드온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6, 11~24) 책임지고 돌봐주시리라는 하느님의 약속 (6, 12. 16)을 받고, 결국 구원자로 나서서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다.
기드온 설화의 서론(6, 1~10)은 판관들의 역사 서론(2, 6~3, 6) 에서 본 바와 같이 전형적인 판관기 주제를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의 불충, 주께서 일으키신 원수인 미디안의 압박, 고통 중에 이스라엘이 주께 부르짖음, 하느님께서 백성을 구하시려 구원자를 보내신다는 것이다.
야훼 신앙에 대한 노력은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핵과도 같은 남은자 사상 (야훼로부터 뽑힌 거룩한 이들의 가문에서 메시아가 날 것이라는 유다이즘 중의 하나)이 그 배후에 깔려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원주민들과의 전쟁의 시기를 넘어서서 이제 광야 주변의 유목민들의 침입에 대항하여 싸움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농업적으로 번영한다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정복자 기드온(6, 33~8, 21)
기드온은 자신의 두려움을 정복하고 자신의 적을 정복하였다. 승리이전 두려움을 느낀 기드온은 300명으로 『메뚜기떼처럼 평지를 덮고 있고 낙타는 바닷가의 모래처럼 수 없이 많은 (7, 12)적과 싸운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 아닌가. 또한 무기 라고는 낙타 한 마리 없고 단지 뿔나팔 300개뿐이 아닌가』하며 두려워하고 있을 때 전쟁을 치르는 그날 밤에 하느님은 전쟁에서 이긴다는 특별한 징조를 보이셨다.
즉 기드온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부하 부라를 데리고(7, 9) 적진에 다다라 보니 마침 한 병사가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보리떡 한 덩이가 미디안 진으로 굴러와 천막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다른 친구가 해몽하여 말하기를 그것은 기드온의 칼일세. 하느님께서 미디안과 이 모든 진을 그의 손에 붙이셨군』(7, 13~14)하는 말을 듣고 기드온은 진지로 돌아와 『일어나라, 야훼께서 미디안을 너희 손에 붙이셨다』(7, 15)고 명령하고 적진을 습격하여 크게 승리한다.
여기서 보리떡은 기드온을 상징하는 것이며 음식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흙투성이 농부를 위대한 승리자로 사용하시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드온은 여러 차례의 승리로 자연스럽게 권위를 갖추게 되었다.
왕국 건설의 시도(8 ,22~9, 57)
8, 22에서 백성들이 기드온을 왕으로 추대하려 하자(8 ,22), 그는 『그대들을 다스릴 분은 야훼』(8, 23)이시며 「우상숭배를 근절한 승리는 바로 야훼께서 거두신 승리」라고 외치면서 이스라엘 안에 유일한 왕은 야훼라고 한다. 이 거절은 이스라엘에 있어서 부족동맹체제가 가장 이상적인 체제임을 시사하면서 은연중에 왕정 도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왕정 체제를 찬성한 파와 배척하는파가 양립되어있던 그시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아비멜렉의 이야기
기드온의 소실에게서 난 아비멜렉이 왕이 되려는 야심으로 70명이나 되는 형제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왕국의 임금이 되려고 시도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요담이 우화(9, 7~15)로 아비멜렉의 운명을 저주하자 그대로 된다. 이스라엘 안에 참 왕은 하느님뿐이시란 결론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아비멜렉의 이 행위는 도시 국가 체제를 본뜬 일종의 지방 왕권이었고 결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왕권은 아니었다.
우리는 판관들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서 단순한 사건 뒤에 깔려 있는 성서적 주요 관심사를 함께 읽을 줄 알아야겠다. 기드온의 영웅담 중에 중요한 것은 그가 특별한 표징과 함께 부르심을 받아 야훼의 영에 사로잡혀 용감히 바알 제단을 제거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드온 움직인 것은 능력의 하느님이셨다는 사실이다.
우리들도 우리 안에서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필립비 2, 13)이심을 판관들의 사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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