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감쪽같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어느 곳엔가 둔 것 같은데 온데간데 없고 건망증으로 넘겨버리기엔 잃어버린 물건에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이럴 때 영국 사람들은 '바로워즈'가 가져갔다고 믿는다. 빌려가는 사람들이란 뜻의 바로워즈(borrowers)는 몸집이 새끼손가락만하고 마루 밑 보이지 않는 곳에 사는 상상 속의 요정들이다.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빌려쓰기만 하는 것이 바로워즈의 철칙이다.
렌더 가족의 집에도 바로워즈인 클록 일가가 살고 있다. 타고난 모험가이자 필요한 물건을 빌려오는 임무를 맡은 아버지 포드, 강샘 심한 어머니 호밀리, 아버지를 빼닮은 딸 애리어티, 귀여운 막내 피그린. 피터 휴피트 감독의 좥바로워즈좦에선 이런 바로워즈 일가가 착한 주인댁을 몰아내고 집을 철거하려는 나쁜 변호사를 혼내주고 집을 되찾아준다.
이 영화는 실물보다 14배나 큰 세트와 아기자기한 특수효과를 활용한 신나고 유쾌한 환상모험극이다. 호밀리의 옷은 인간의 옷 상표로, 포드의 옷은 털장갑으로, 애리어티의 옷은 소매 끝단으로 만들어 그들이 얼마나 작은가를 재밌게 보여주고 있는, 자잘한 볼거리와 오밀조밀한 사건들로 가득한 영화다. 또 흰색과 파란색을 배제해서 영화 전체가 따뜻하고 환상적인 동화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메리 노튼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90년대초 TV시리즈물로 제작돼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속상해하지 말고 바로워즈가 필요해서 빌려갔을 것이라 생각해보자. 훨씬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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