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잘 보면 신이 보인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획을 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타종교와 문화에 대해 개방하도록 하는 전기를 마련했던 인물 칼 라너, 그의 화두는 인간이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탁월한 신학자인 칼 라너는 그 신학적 영향력으로 빈번히 인용되고 방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음에도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인간은 신의 암호'는 이런 라너의 인간론과 신론을 날줄과 씨줄로 삼으면서 그리스도론, 종교간 대화론 등을 깔끔한 문장으로 적절히 연결시킴으로써 그의 신학적 깊이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신의 암호'는 라너의 신학을 독창적인 체계에 따라 전개하면서 종교다원적 상황에 어울리는 신학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라너는 하느님은 인간과 원천적인 관계를 맺고 계시며, 인간의 본성에 선행하여 은총으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까닭에 인간은 이미 신적으로 고양되어 있다고 본다. '…신의 암호'는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선험적으로 고양되어 있기에 구체적인 존재자로서의 인간이 실존적으로 하느님을 알고 신앙할 수 있게 된다는 라너의 실존론적 사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라너의 신학을 우리의 실존을 설명해주는 근원적인 구조(실존론적인 것)와 그에 합당한 실존적인 삶(실존적인 것)이라는 기본틀 위에서 접근한 '…신의 암호'는 '실존론적인 것'과'실존적인 것'이라는 하이데거적 사유틀을 이용해 독창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또한 '…신의 암호'는 라너의 은총론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은 '일하고 먹고 자고 하는 일상의 일들 안에서'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나를 비우고 남에게 베풀고자 할 때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안에 비로소 육화하는 것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분도출판사 / 248쪽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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